재혼 가정 자녀의 스트레스 잘 보여줘
엄마가 자신의 꿈을 찾아 떠난 후 아빠랑 둘이 사는 미나는 아빠가 제니 엄마와 재혼해 무례하고 허영심 많은 제니와 자매사이가 되는 것이 너무 싫다.
가뜩이나 제니가 미워 죽겠는데, 자기 아빠가 제니 편을 들자 제니가 더 꼴 보기 싫다.
이에 그녀는 에이 모르겠다 짜증나는데 잠이나 자자하고 얼른 잠을 청한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동안 그냥 꾸는 줄 알았던 꿈이, 사실은 우리의 꿈 바깥에서 ‘감독’의 연출에 따라 ‘드림빌더’가 만들어 낸 것이라는 걸 알게 된다.
이에 그녀는 자기 아빠의 꿈에 들어가 실수로 아빠에게 생일 케이크 대신 엔초비를 선물한다. 그랬더니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깬 아빠가 평소에 먹지도 않던 엔초비를 맛있게 먹는 것이 아닌가!
이 모습을 본 미나는 꿈을 통해 특정인의 취향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 자기가 키우는 햄스터 비고를 그렇게도 싫어하는 제니의 꿈에 들어가 비고를 좋아하게끔 조작한다.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깬 제니는 비고가 너무 좋다며 안달이 난다. 어제 밤까지만 해도 당장 동물보호소에 보내라던 아이가 말이다. 하지만, 그 효과도 일시적이었다.
이에 나나는 제니의 꿈을 조작하기 위해 다시 일을 꾸미고, 결국 제니가 ‘꿈 수거장’으로 떨어져 계속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게 된다.
애니메이션 <드림빌더>는 우리의 꿈을 누군가 ‘연출’하는 것이라는 독특한 소재의 작품으로, 인위적으로 누군가의 꿈을 바꾸려 하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특히 재혼가정 자녀들이 겪게 되는 고충도 자연스레 보여준다. 지난 2019년 한 해 동안 이 작품에서처럼 남녀 모두 이혼 후 재혼한 커플이 26,341쌍에 달한다. 이는 같은 해 결혼한 커플의 11%에 달하는 수치다.
9명 중 1명꼴로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부모의 재혼으로 자녀들이 겪게 되는 스트레스에 좀 더 세심한 배려와 관찰이 필요하다.
극중 미나는 자기의 꿈을 위해 떠난 엄마를 못 잊고 그리워한다. 얼핏 아이까지 있는데 무슨 꿈을 위해 떠나느냐고 할 수도 있으나 적어도 이 작품에선 그런 엄마를 무책임하다고 비난하지 않는다.
다만, 아빠와 단 둘이 행복하게 살던 미나에게 어느 날 ‘새엄마’와 ‘자매’가 생기면서 미나가 겪게 되는 혼란에 초점을 뒀다.
아빠의 재혼은 전적으로 아빠가 결정한 것이다. 미나는 가수로서 삶을 살고 있는 엄마를 아직 자신의 마음속에서 떠나보내지 않았다.
그런 미나에게 어느 날 갑자기 이제부터 같이 살 것이라며 ‘쳐 들어온’ 제니와 제니 엄마는 막아내야 할 존재일 뿐이다.
게다가 평소 제니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는데, 밉다 밉다 하니까 미운 짓만 한다고 우리 집에 오자마자 우리 아빠의 외모를 비하하지 않나, 내 침대도 빼앗고, 내 애완동물인 햄스터도 싫어하는 게 꼴 보기 싫다.
이런 모습을 통해 처음부터 가족이 아니었던 사람이 만나 새롭게 가정을 꾸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준다.
이와 더불어 가족의 구성원인 자녀의 의사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한다.
‘태어나기 전 세상’을 그린 <소울>에 이어 ‘꿈을 만들어 주는 사람들’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눈길을 끄는 <드림빌더>는 다음 달 10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