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코스트가 남긴 또 다른 상처

영화 <살아남은 사람들>은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상처받은 사람들이 서로를 보듬고 사랑으로 치유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2차 세계대전 직후의 헝가리 부다페스트가 배경으로 스탈린이 지배하는 헝기리는 유대인을 감시하는 경직된 사회였다.

부인과 의사인 알토(카롤리 하이덕 분)는 아직 성장하지 않아 걱정인 16세의 소녀 클라라(아비겔 소크 분)를 의사와 환자로 만난다.

알토는 전쟁으로 부인과 두 아들을 잃었으며, 감춰둔 앨범을 보지 못할 정도로 마음이 파괴되어 있다.

클라라는 똑똑하고 영특하지만, 학교에서 낙제를 할 정도로 사회에도 생활에도 적응하지 못하고, 매사에 날이 서 있고 부정적인 삶을 살아간다.

유대인 보육원에서 있다가 친척 할머니의 집으로 옮겨 생활하고 있지만, 아직도 부모님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동생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더 힘든 사춘기를 보낸다.

자기감정이 없고 차분하기만 한 알토의 일상에 클라라가 들어오며 두 사람은 부녀와 같은 사랑, 친구와 같은 우정을 나누며 서로의 상처를 치유한다.

기존 영화들이 홀로코스트 수용소에서의 생활을 그렸다면 영화 <살아남은 사람들>은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자신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과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상처, 전쟁의 트라우마를 어떻게 치유하고 삶을 살아나가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사는데 이유가 없어진 알토의 앞에 살아가야할 이유가 되어준 클라라가 나타나 새로운 가족관계가 형성된다.

클라라를 보육원에서 데리고 나와 터전을 제공한 친척 올기도 함께 가족이 되며 확장된 가족의 개념을 보여준다.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며, 서로를 보듬을 수 있는 것이 진정한 가족이라는 의미를 주며, 다시 살아갈 힘을 갖게 된다.

16세 소녀와 42세 아저씨의 우정은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부인과 진료라는 말에 바로 임신을 떠올리는 교장선생님이나 타인의 불편한 시선은 그들의 실제 관계와 상관없이 따라다닌다.

서로에 대한 관심이 이성에 관한 관심이 아닐까 주변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로 아슬아슬한 관계를 이어 나가지만, 피로 연결되지 않았지만 상처로 서로를 연결한 가족이라는 새로운 울타리를 만들며 더없이 따뜻한 감동을 전달한다.

비극속에서도 살아나갈 힘을 기르는 따뜻한 힐링을 전달하며, 홀로코스트라는 인권을 유린한 사건이 남긴 또 다른 상처들을 바라볼 수 있게 해 더욱 뜻 깊다.

영화 <살아남은 사람들>은 오는 10일 개봉으로 코로나 시대에 상실되어가는 온기를 영화를 통해 느끼길 바란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