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라기보다는 긴 간접광고물 같아
한때 씨름 유망주였던 우람(신승호 분)은 친했던 선배의 죽음으로 인해 씨름을 그만두고 서울로 올라온다.
그는 술집에서 이른바 진상 손님들을 처리하는 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매일 밤 퇴근 후 한 수제 버거 집에서 ‘더블 패티 1+1’ 행사를 이용해 무려 더블 패티 햄버거 2개를 그 자리에서 해치운다.
이에 앵커 준비를 하면서 야간 알바를 하는 현지(아이린 분)는 이 야심한 시간에 늘 더블 패티 햄버거 2개씩을 먹어치우는 우람에게 점차 호감을 갖게 된다.
그리고 우연히 어느 날, TV를 보다가 우람이 한때 잘 나가던 씨름 선수였던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에게 한발짝 다가간다.
영화 <더블패티>는 최근 관객들에게 주목받고 있는 영화 <큰엄마의 미친봉고>를 연출한 백승환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이 영화 역시 <큰엄마의 미친봉고>와 마찬가지로 KT OTT 서비스인 시즌(seezn)과 협력해 만들어졌다.
영화 속 우람은 현존하는 ‘영암군민속씨름단’ 소속 선수로 나온다. 그런 까닭에 KBS 예능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영암군민속씨름단 김기태 감독과 윤정수 코치도 이 영화에 등장한다.
특히 윤정수 코치는 김기태 감독과 달리 조연으로서 어느 정도 비중 있는 역할을 맡아 눈길을 끈다.
또 <큰엄마의 미친봉고>의 정영주는 물론, 김일중 전 아나운서 등도 이 영화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다.
영화를 위해 신승호는 실제로 용인대 씨름단에 들어가 선수들과 같이 생활하면서 실제 씨름선수와 똑같은 몸을 만들었을 정도로 철저히 준비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피부가 하얀 그는 운동을 열심히 해 살이 탄 것처럼 태닝까지 했다고.
아울러 아이린 역시 실제 아나운서로부터 트레이닝을 받으며 최대한 톤을 아나운서처럼 가져가기 위해 애썼다고 한다.
영화를 연출한 백 감독은 몸 하나로 세상과 맞서려는 남자와 주경야독(晝耕夜讀) 하는 여자를 통해 배고픈 청춘을 위로하려 했다며, 그래서 햄버거도 ‘더블 패티’를 먹는다는 설정을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이 영화는 유독 ‘먹방’이 많이 등장한다. 우람의 정체를 알게 된 후 현지와 우람은 몇 차례 식사를 함께 하는데, 먹는 양도 어마어마하다.
또 소주 광고 모델인 아이린이 특정 브랜드의 소주를 주문하는 장면도 등장한다.
이런 장면은 마치 이 영화를 관객들에게 영화로 인식시키기 보다는 러닝타임이 꽤나 긴 광고처럼 느껴지게 한다.
요즘 먹방이 대세라지만, 먹방 장면에서 등장하는 소주와 맥주 브랜드는 물론 수제 버거 가게의 상호까지. 철저히 간접광고를 위해 존재하는 장면처럼 보이는 게 사실이다.
아마도 처음부터 OTT를 겨냥해 제작된 만큼 의도적으로 그렇게 만든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여기에 최근 갑질 논란으로 팬들을 돌아서게 만든 아이린이 여주인공을 맡아 과연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에 대해 백승환 감독은 지난 1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아이린을 잘 알고 캐스팅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영화 <더블패티>는 오는 17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