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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영화톱기사(우측)

조현병 환자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

영화 그녀가 사라졌다 스틸컷

‘그녀가 사라졌다’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 어디선가 들어본 익숙한 제목처럼 느껴졌다. 이미 <아내가 사라졌다>와 <월요일이 사라졌다>라는 영화가 개봉했었던 터라 아마도 ‘사라졌다’는 단어 때문에, 더욱이 공교롭게 ‘아내’ ‘월요일’ ‘그녀’까지 모두 여성이라는 공통점이 있기에 더 익숙하게 다가오지 않았나 싶다.

이 영화는 12살 때부터 환청을 듣기 시작한 조현병(schizophrenia) 환자인 주인공 데본(브렌튼 스웨이츠 분)은 형(조엘 잭슨 분)의 결혼식에서 말실수로 분위기를 싸하게 만든다. 그는 피로연에서 멋진 노래로 분위기를 만회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갑자기 형에게 사랑을 고백하더니 자해를 한다.

그렇게 5년이 지난 후, 그는 형과 형수(자흐라 뉴맨 분)랑 함께 살고 있다. 언제 또 자해를 할지 몰라 형 부부가 그를 ‘감시’하기 위해 같이 살고 있는 것이다.

솔직히 데본 입장에서도 이런 상황이 썩 유쾌하지 않다. 그러던 어느 날, 난데없이 형이 이제 독립할 때가 되지 않았냐며 작은 아파트를 한 채 얻어 뒀다며 데본을 데리고 간다.

데본은 곧 태어날 조카를 자신이 해할까 싶어 형 부부가 집까지 얻어주면서 내 쫓으려고 하는구나 싶어 분노한다.

때마침 그에게 “넌 쓸데없는 존재이니 그냥 죽으라”는 환청이 들린다. 끝없이 계속되는 환청에 괴로워 그는 결국 옥상에 올라가 극단적 선택을 한다.

그리고 잠시 후 그는 루시(릴리 설리반 분)라는 여자의 집 욕조에서 깨어난다.

루시는 그가 옥상에서 떨어진 후 루시의 애완견 마일로가 발견해 그를 자신의 집까지 데려왔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녀는 그에게 하루 이틀 있을 것이면 오늘 하루 데이트나 하자며 그를 끌고 밖으로 나간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하루 동안 즐거운 데이트를 하고, 급속도로 친해져 같이 잠자리까지 갖게 된다.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깬 데본은 “시드니에서 만나자”는 루시의 메모를 보게 된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어제 하루 있었던 그 강렬했던 만남에 대해 형과 형수에게 쉴 틈 없이 떠든다.

급기야 그는 형에게 루시를 소개해 주겠다며 루시의 집으로 가니 이게 무슨 일인지 마치 이사 가기 위해 짐정리를 마친 집 같은 분위기다. 오늘 아침까지 여기서 잘 잤는데 이게 무슨 일인지 데본은 어리둥절하다.

이에 형과 주치의는 루시는 환상 속 여자라며 그런 여자는 없다고 말한다.

분명 어제 그렇게 강렬하게 사랑의 감정을 느꼈는데, 이게 다 환상이라니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 데본은 그녀를 찾아 시드니로 향한다.

비행기를 못 타는 그는 버스로 시드니까지 가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중간에 지갑을 도난당하면서 히치하이킹을 통해 겨우겨우 시드니에 간다.

이 과정에서 그의 사연을 들은 사람들은 기꺼이 그를 응원해 준다.

하지만 시드니에서 루시를 찾지 못하고, 그를 잡으러 온 형은 루시는 실존인물이 아니라며 그를 집으로 데리고 온다.

주치의는 그에게 루시는 없는 사람이긴 하지만, 그래도 사랑의 감정을 강하게 느꼈고, 시드니까지 가는 길에 여러 사람과 관계 맺기도 잘 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일이라고 말한다.

이에 그는 마음을 다잡고 동네 악기상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평범한 일상을 보낸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반전이 일어난다. 사실 반전을 선보이기 전까지만 해도 이 영화는 그냥 수많은 ‘사라졌다’ 시리즈 중 하나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반전이 전개되면서 이 영화의 작품성도 올라가고, 스토리도 꽤나 탄탄한 작품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이 영화를 연출한 루크 이브 감독은 자신의 주위사람 중 실제 조현병 환자가 겪는 어려움을 보고 영화에 녹여냈다고 한다. 그는 보도자료를 통해 “그들이 보고 듣는 것이 진짜는 아니지만 그들에게는 현실로 느껴지는 순간이다. 그것을 관객들도 느끼도록 하고 싶었다. 데본이 어떻게 세상을 보는지 알게 하고 싶었고, 그와 함께 여행을 떠나게 만들고 싶었다”며 이 영화의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그래서일까? 영화 속에서 데본이 사랑하는 루시가 환상 속 인물인지, 현실 속 인물인지 모호하게 그려진다.

또 하나 이 영화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사람들이 조현병 환자를 대하는 태도다. 데본의 가족들은 그를 늘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자신들의 감시와 통제 아래에 두려고 한다.

그를 ‘문제 있는 사람’으로 낙인찍고서 그가 어제 만난 루시라는 여자에 대해 이야기 하자 그런 여자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며, 그를 환자취급 한다.

단지 조현병 환자라는 이유로 가족들조차 그의 말을 들어주지 않으려 하는 모습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영화 <그녀가 사라졌다>는 오는 17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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