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옥살이 한 그가 보인 태도는?

9·11테러 2달 후인 2001년 11월. 독일에서 막 귀국한 슬라히(타하르 라힘 분). 그는 한밤중에 그를 만나기 원하는 미국인이 있다는 경찰의 말에 자신의 차를 직접 운전해 경찰을 따라간다.

그렇게 그는 아무 이유도 모른 채 쿠바 동부에 위치한 관타나모 수용소에 갇히게 된다.

미국 정부는 아프리카 대륙에 위치한 모리타니공화국 국민인 그를 이슬람교도라는 이유로 9·11테러 주동자로 몰아 그를 체포했으나 단 1건의 기소도 하지 않아 슬라히는 대체 자신이 왜 이곳에 갇히게 됐는지 제대로 들을 기회조차 없이 몇 년 동안이나 갇혀 지낸다.

이에 2005년 슬라히의 부모는 모리타니의 한 변호사를 통해 아들의 생사 확인을 위해 미국인 변호사에게 이 사건을 의뢰한다.

한 다리 건너서 이 사건을 맡게 된 낸시(조디 포스터 분)는 관타나모 수용소에 슬라히가 수감되어 있는지 확인 전화를 걸지만 “수감되어 있다” 혹은 “없다”는 답이 아닌 애매모호한 답변을 듣게 된다.

변호사의 촉으로 볼 때 뭔가 수상쩍은 그녀는 프랑스어가 가능한 변호사 테리(쉐일린 우들리 분)와 함께 관타나모 수용소로 향한다.

미 해군의 철저한 감시와 통제 속에 슬라히가 만난 두 사람. 슬라히는 3년 동안 하루 18시간씩 심문을 받았으나 유죄를 인정하라는 강요만 받았을 뿐, 자신의 혐의조차 모른다고 말한다.

이 낸시와 테리는 이 사건을 본격적으로 진행하지만, 정부에서는 슬라히의 심문과 관련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다.

문제는 슬라히의 기소를 맡은 군 검찰조차 슬라히에 대한 합동심문 보고서 요약본만 받아봐 중요한 내용은 파악 할 수 없다는 것.

이에 낸시는 정부에 정보공개 요청을 하고, 그해 10월 6일 정부로부터 수 십 박스 분량의 자료를 받아내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이 많은 기록을 일일이 검토하는 것은 차치하고 중요한 내용을 전부 지우고 줘서 아무 쓸모없는 자료일 뿐이다.

한편, 군 검찰관인 스튜어트는 이렇게 자료가 방대한데 왜 빨리 기소를 안 하냐는 압박에 시달린다. 그러나 그는 요약본으로는 증거가 불충분해 그럴 수 없다며 기소를 주저한다.

그는 슬라히를 직접 만나기 위해 관타나모 수용소에 간다. 이곳에서 그는 수용자들에 대한 인권 침해사실을 발견하고 문제의식을 갖게 된다.

낸시 역시 언론 인터뷰에서 ‘테러’가 아닌 ‘인신보호’에 초점을 둔 발언을 한다.

결국 2008년 4월 법원으로부터 “열흘 안에 모든 정보를 변호사에게 주라”는 판결을 이끌어 낸다.

마스킹 되지 않은 제대로 된 자료를 검토하던 낸시와 테리. 테리는 자료에서 슬라히가 자백한 내용을 보고서 과연 테러리스트를 변호하는 게 옳은 일인지 변호사로서의 신념에 혼란스러워 한다.

이에 낸시는 변호사가 신념이 흔들리면 재판에서 진다며 테리를 사건에서 배제시킨다.

낸시는 곧장 슬라히에게 가 진짜로 자백했는지 묻고, 슬라히는 예민하게 군다. 사실 슬라히는 독방에 갇힌 상태에서 몇 달 동안이나 고문에 시달려 어쩔 수 없이 허위자백을 했던 것.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스튜어트는 기독교인이자 법조인으로서 양심상 슬라히를 기소할 수 없다며 거부한다.

영화 <모리타니안>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결국 2010년 9월 22일 슬라히는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오바마 정부가 항소해 7년이나 더 수용소에 갇혀 있다가 14년 2개월 만인 2016년에야 석방되었다.

무려 14년 넘게 수용소에 갇혀 있었으나, 그는 미국은 정의로운 국가여서 자신이 수용소가 갇힌 직후만 해도 곧 풀려날 것이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렇게 긴 세월 동안 무고(無故)한 자신을 가둔 이들을 모두 용서했다며 그것이 알라의 뜻이라고 말해 깊은 울림을 줬다.

영화 <모리타니안>은 오는 17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