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린 강도들
매주 반복되는 일상을 살던 허치. 그러던 어느 날 밤, 집에 강도가 든다.
참전용사 출신인 그는 충분히 강도를 제압할 수 있는 힘과 시간이 있었으나 그냥 순순히 놓아 준다.
이 일로 가족들은 가장이 무기력하다며 탓하지만 그는 참고 넘긴다.
역시 참전용사인 처남은 소식을 듣고 그에게 총을 선물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은 총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참으로 무력(無力)해 보이지만 사실 그가 총까지 든 강도를 그냥 돌려보낸 이유는 따로 있었다.
딱 봐도 총은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티가 확 났고, 심지어 총알도 없는 빈총이었다.
현금을 사용하지 않는 까닭에 식탁 위 바구니에 있는 몇 십 달러가 전부였는데, 그 돈이라도 훔치겠다고 허둥지둥 대는 두 남녀를 보니 참 딱하다 싶어서 그냥 가라고 했던 것이다.
그 짧은 시간에 이런 상황을 다 파악하고 판단까지 내린 그는 사실 프로 중에 프로지만, 평소 가족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에겐 이런 사실을 숨기고 지내는 중이다.
그런데 해도 해도 너무하는 게 강도들이 바구니를 털어가면서 어린 딸의 고양이 팔찌까지 훔쳐간 것을 알게 되자 그는 폭발하고 만다.
이에 강도의 손목에 있던 특이한 문신 모양을 수소문해 그들의 집으로 찾아간다.
그는 그들이 빼앗아 간 자신의 시계를 건네받은 후, 고양이 팔찌도 내놓으라고 윽박지르지만 그런 건 본 적도 없고, 알지도 모른다고 발뺌하자 열이 뻗친다.
그 순간 방에 누워있는 그들의 아이가 눈에 들어오고 산소호흡기에 의존한 모습을 보자 이 부모도 얼마나 궁하면 그랬을까 싶어 그냥 밖으로 나온다.
강도들의 집을 나와 버스를 타고 집에 가던 중, 취객들이 갑자기 버스에 올라타더니 승객들에게 시비를 걸기 시작한다. 진짜 오늘 왜 이러나 싶어 그는 혼자서 그들을 전부 때려눕힌다.
하지만 그들 중 한 명이 율리안이라는 러시아 마피아의 동생이었고, 율리안은 누가 자기 동생을 이렇게 두들겨 팼냐며 허치를 찾아 복수하겠다고 벼른다.
요양원에 있는 아버지까지 타겟으로 삼았다는 걸 안 허치는 이제는 제대로 가족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에 프로다운 솜씨로 그들과 맞서 싸운다.
영화 <노바디>는 2번이나 집에 도둑이 들었던 밥 오덴커크(극중 하치 역)의 실제 경험과 아이디어를 통해 구체화 한 작품이다.
그는 당시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가장인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나, 지나고 보니 그때 적극적으로 맞섰어야 하나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이에 제작진은 만약 악당이 무기도 없고, 위협적이지도 않는 평범한 남자에게 싸움을 걸었는데 이 남자가 반격을 한다면 어떨까라는 상상력을 보태 시나리오를 썼다고.
평범하게 살고 싶었던 한 남자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폭력적으로 변하는 내용의 영화 <노바디>는 다음 달 7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