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선율에 담긴 집착과 욕망
영화 <바이올린 플레이어>는 불의의 사고로 더 이상 연주를 할 수 없게 된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카린(마틀리나 쿠스니엠미 분)과 제자 앙티(올라비 우시비르타 분)와의 위험한 관계를 그린 작품이다.
연주 여행 중 사고를 당한 카린은 손가락이 마비되어 더 이상 바이올린을 연주하지 못한다. 바이올리니스트의 삶을 마감하는 것에 대한 큰 상실감을 가지고, 일상생활 복귀에 어려움을 겪는다.
주변의 권유로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지만, 여전히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한다. 처음 맡게 된 제자 중 자신의 열성 팬인 앙티에게 끌리고 두 사람은 그릇된 욕망에 빠지게 된다.
영화 <바이올린 플레이어>는 핀란드판 <밀회>라는 평을 듣는 작품으로, 예술과 사랑 사이의 뒤틀린 욕망을 다뤘다고 하지만 두 작품은 결이 다르다.
스승과 제자인 두 사람 사이의 음악적 교감과 애틋한 사랑을 그리며 파격적인 로맨스를 보여줬던 드라마 <밀회>와는 달리 영화 <바이올린 플레이어>는 스승과 제자 사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로맨스라기 보다는 성공에 대한 욕망과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집착에 더 가깝다.
사고로 자신의 전부였던 음악, 바이올린을 연주를 할 수 없게 된 카린은 바이올린을 켤 수 없는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제자인 앙티와의 관계에 빠져든다.
그렇다고 가족을 떠날 생각은 없다. 앙티와의 관계와 자신의 가족은 별개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앙티는 카린과의 관계가 진전됨에 따라 음악을 핑계로 여자친구인 소피아와 헤어지고, 카린과의 관계에서는 숨겨진 자신의 처지에 괴로워한다.
이렇듯 카린은 깨어져버린 가족과의 관계에, 앙티는 그릇된 연인과의 관계에 집착하고 그것이 사랑이든 성공이든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욕망을 향해 나아간다.
사랑까지도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다 이용하고 욕망을 위해 희생당하는 다양한 관계를 보여준다.
사랑과 이별 그리고 욕망과 집착을 통한 인간의 심리를 잘 표현했으나, 욕망과 아픔까지도 음악적 성장을 이루는 과정으로 다뤄 그릇된 과정이 정당한가에 대한 논란은 있어 보인다.
하지만 감각적인 화면과 더불어 화면 가득 채우는 바이올린 선율은 내용과 상관없이 아름다우며, 영화 감상 내내 귀를 즐겁게 한다.
앙티 역을 맡은 올라비 우시비르타는 실제 뮤지션으로,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E 단조를 비롯한 유명 클래식의 연주 장면을 물 흐르듯 연기해 더욱 몰입감 있는 장면이 연출됐다.
봄에 보기에는 조금 어두운 내용이지만 아름다운 유럽의 풍경은 눈도 즐겁게 한다.
아름다운 바이올린 선율에 담긴 욕망과 집착을 담은 영화 <바이올린 플레이어>는 4월 15일에 개봉한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