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를 부르는 머리카락은 누구의 욕망인가?
영화 <배드 헤어>는 피를 먹는 머리카락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를 가지고 있다.
1989년 LA, 음악 전문 케이블 방송국에서 일하는 애나는 스타 VJ가 되는 것이 꿈이다. 하지만, 번번히 소외당하고 무시당한다.
곱슬 머리 때문에 더 이상 당하고만 있기 싫어 동료에게 특별한 미용실을 소개받는다. 어릴 때부터 두피가 약해 곱슬 머리를 펴지 못했던 애나는 피나는 고통을 참고 찰랑이는 생머리로 탈바꿈한다.
머리카락만 바꿨는데 승리의 여신이 미소 짓듯 모든 일이 잘 풀리며 새로운 인생이 펼쳐진다.
하지만, 윤기나는 머리카락의 자양분이 피라는 것을 알게 되고 애나는 갈등에 빠진다.
피를 부르는 머리카락이라는 호러물 <배드 헤어>는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망을 다룬다.
처음에는 달라지기만 하면 무엇이 변할까 하겠지만 막상 변하고 나니 모든 것이 달라졌다. 나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지만 나의 능력도 저평가되지 않고 제대로 평가된다.
아름다워지고 성공하기위해, 또는 그것을 유지하기위해 멈춰야 하지만 멈출 수 없는 위험한 도박을 시작한다.
단순히 아름다움과 성공을 위해 머리카락을 바꿨지만, 바꾼 후에 벌어지는 다양한 혜택은 애나를 벗어나기 힘든 덫에 걸려 고민하게 한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에서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왜 찰랑이는 생머리가 필요하고, 왜 더 아름다워져야 하는가?
성공을 위해 외모를 바꾸는 것이 당연한가 하는 것이다. 영화에서 애나는 스타 VJ를 꿈꾸지만 자신의 프로그램을 하지 못한다.
원인은 곱슬머리. 머리를 생머리로 바꾼 후 같은 사람이지만 모든 일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다.
머리카락이 바뀌었다고 애나의 능력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외모와 상관없이 능력은 평가받아야 하는 것이 맞지만, 사회는 여성의 아름다움 혹은 사람의 외모를 기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또, 생머리와 곱슬머리에서도 편견을 찾을 수 있다. 생머리는 아름답고 곱슬머리는 그렇지 않다는 학습되어온 외모 평가를 우리는 당연히 여기고 있다.
깊게 뿌리 박힌 미의 기준과 가치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차별을 하고 자신이 가진 편견으로 사람을 평가한다.
어쩌면 피를 먹는 머리카락보다 더 위험하고 공포스러운 것은 이런 생각들이 아닐까? 피를 부르는 머리카락은 누구의 욕망도 아닌 사회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욕망일수도 있다.
B급 블랙 호러물의 느낌이 물씬 나는 영화 <배드 헤어>는 생각보다 깊은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진다. 오는 5일 개봉.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