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리 표 액션’ 대신 치유에 초점 둔 영화
안젤리나 졸리가 영화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로 돌아왔다. 이 영화에서 그녀는 산림청 소속 공수(空輸) 소방관 한나 역을 맡았다.
1년 전 자신이 바람의 방향을 잘못 읽어 어린 남자아이 3명을 구조하지 못한 일이 트라우마가 됐고, 당시 산림청은 누군가 책임질 사람을 만들기 위해 사고 직후 심리검사를 통해 그녀를 허허벌판에 있던 감시초소로 발령냈다.
그런 그녀 앞에 어느 날, 코너라는 이름의 한 소년이 나타난다. 얼굴에 피가 묻은 그는 자신의 피가 아니라고 말한다.
사실 코너의 부친은 회계사인데, 국회의원 등 고위직 공무원들의 회계 부정을 밝혀냈다. 그랬더니 누군가 코너 아빠와 같이 일하던 검사 집에 불을 질러 검사 일가족이 모두 죽었다.
코너의 아빠는 뉴스에서 이 사실을 접하자마자 다음 타겟은 자신이라고 직감해 코너를 데리고 하루 꼬박 운전해 처남이 운영하는 생존캠프로 가는 길이었다.
하지만, 검사를 죽인 일당이 곧바로 코너 부자를 뒤쫓기 시작했고 결국 그렇게 코너의 아빠도 세상을 떠나게 됐다.
암으로 세상을 떠난 엄마에 이어, 아빠까지 세상을 떠나자 코너는 이제 의지할 사람이 없다. 검사(檢事)까지 죽이는 이들인데 경찰이라고 지켜줄 수 있을까? 그래서 그는 아빠의 유언대로 믿을만한 조력자를 통해 아빠가 가지고 있던 사본을 언론에 공개하기로 마음 먹는다.
그런 그의 앞에 한나가 나타난 것이다.
탐색전을 통해 한나는 자신을 도와줄 것 같다는 생각에 결국 코너는 한나를 따라 먼 길을 떠난다.
산을 넘고 넘어 마을까지 20킬로는 되는 거리를 걸어가던 그들 앞을 산불이 가로막는다.
여기에 더해 코너가 살아있음을 알고 그를 쫓는 코너 아빠의 살인범들과 마주치기까지 한다.
살인, 재난 그리고 안젤리나 졸리까지 더해져 영화는 매우 박진감 넘칠 것 같지만 사실 상당히 실망할 수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흔히 우리는 특정 배우에게 기대하는 이미지가 있다. 예컨대 마동석이 맨손 액션은 선보이지 않고 뜨개질만 주야장천(晝夜長川) 하거나, 리암 니슨이 딸이 납치된 걸 알고도 직접 찾아나서지 않고 경찰에 신고한 후 손 놓고 있다면 그런 영화는 아무도 안 볼 것이다.
안젤리나 졸리 역시 ‘여전사’ 이미지가 강한 배우인데, 이번엔 소방관으로 등장하는 까닭에 관객이 기대하는 이미지를 제대로 못 보여준다.
지난 4일 열린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안젤리나 졸리는 한나의 강인함보다는 부족함에 초점을 두고 연기했다고 말해 이런 느낌이 본 기자만의 느낌이 아님을 시인했다.
그나마 이 영화에서 볼거리라면 CG가 아닌 실제 화재(火災) 장면을 연출해 사실감을 높였다는 점이다.
제작진은 사막에 숲을 만든 후, 나무마다 가스를 설치해 불을 내뿜는 장면을 찍었다고 한다. 그런 까닭에 한나 역을 맡은 안젤리나 졸리와 코너 역을 맡은 핀 리틀은 더 실감 나는 연기를 할 수 있었다고.
안젤리나 졸리는 이 영화를 통해 스스로 치유되는 걸 느꼈다며, 연기를 통해 다시 앞으로 나갈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또 산불의 강력한 힘을 경험해 보니 소방관들을 존경하게 됐다며, 관객들에게도 이런 마음이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액션보다는 치유에 초점을 둔 재난 영화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은 오늘(5일) 개봉했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