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을 거세당한 이들에게 바치는 영화
엠마 스톤 주연의 영화 <크루엘라>가 오늘 오후 5시 전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개봉했다.
<크루엘라>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101마리 달마시안>의 악마 같은 패션디자이너 ‘크루엘라 드빌’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그린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태어날 때부터 자기주장이 강해 남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 에스텔라(티퍼 시퍼트 클리블랜드 분). 그녀는 독특한 머리 색깔 때문에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자 전학 첫날부터 애들과 싸운다.
그렇게 하루가 멀다고 친구들과 싸우자 퇴학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에 에스텔라의 엄마(에밀리 비샴 분)는 퇴학당할 바엔 자퇴가 낫다고 생각해 에스텔라를 자퇴시킨 후 둘이 런던으로 떠난다.
에스텔라의 엄마는 ‘헬먼 홀’이라는 곳에 들려 에스텔라에게 차에서 기다리라고 하고 누군가 만난다.
하지만 에스텔라는 하객들의 화려한 의상에 반해 자신도 모르게 파티장에 난입하고, 덕분에 달마시안 3마리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개들을 피해 도망치다 숨었는데 뒤쫓던 개들이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던 자신의 엄마를 밀쳐서 엄마가 낭떠러지 아래로 추락해 죽게 된다.
엄마의 허망한 죽음을 목격한 에스텔라는 자신 때문에 엄마가 죽었다고 생각해 자책한다.
그나저나 이제 고아가 된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거리에서 하룻밤을 청하게 되고, 꼬마 도둑 호레이스(조셉 맥도날드 분)와 재스퍼(지기 가드너 분)를 만나게 된다.
그렇게 한 팀이 된 지 10년이란 세월이 흐르고, 에스텔라(엠마 스톤 분)는 소매치기 후 변장을 위한 옷을 만들면서 패션디자이너(?)로서의 삶을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재스퍼(조엘 프라이 분)의 기지(?)로 에스텔라는 꿈에도 그리던 리버티백화점에 입사하게 된다.
하지만 패션의 중심지인 리버티백화점에서 그녀가 하는 일이라고는 청소뿐이다.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던 그녀는 어느 날 밤, 짜증이 나서 술 한 잔 마시고 쇼윈도 마네킹에 장난(?)을 친다.
이로 인해 그녀는 백화점에서 해고를 당할 위기에 처하고, 때마침 백화점에 들린 최고의 패션디자이너인 남작 부인(엠마 톰슨 분)에게 스카우트 된다.
다음 날부터 남작 부인 밑에서 일하게 되고, 출근 첫날부터 남작 부인의 괴짜다운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다행히도 남작 부인에게 실력을 인정받아 회사 생활이 고되지는 않다.
그러던 어느 날, 남작 부인이 엄마의 목걸이를 하고 있는 걸 본 에스텔라는 재스퍼, 호레이스(폴 월터 하우저 분)와 함께 이 목걸이를 되찾을 궁리를 한다.
이 과정에서 에스텔라는 자신의 엄마가 자기 때문에 죽은 게 아닌 걸 알게 되고, 남작 부인에게 복수를 꿈꾼다.
이에 그녀는 ‘크루엘라’라는 ‘부캐’로 활동하며 세간의 이목을 끄는데 성공한다. 언론에선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 디자이너 크루엘라에게 주목하기 시작하고, 남작 부인의 인기는 시들해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너무도 변해버린 에스텔라의 모습을 보면서, 재스퍼는 에스텔라를 위해선 뭐든지 할 수 있지만 크루엘라를 돕는 건 끔찍하다고 말한다.
한편, 위기감을 느낀 남작 부인은 크루엘라의 작업실을 불태워 버린다. 이 과정에서 에스텔라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진다.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크루엘라는 남작 부인에게 제대로 복수하기 위해 계략을 꾸민다. 이를 위해 자신의 이름을 ‘크루엘라’에서 ‘크루엘라 드빌’로 바꾼다.
크루엘라 드빌(Cruella Devil)이 된 그녀는 자신의 이름처럼 잔인한 악마(Cruel la Devil)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에스텔라의 출생 증명서를 이용해 어마어마한 갑부가 된다.
영화 <크루엘라>는 1970년대 영국의 거리를 재현하기 위해 무려 130개의 세트를 제작했고, 당시 리버티백화점을 재현하기 위해 3D 스캔 작업을 하기도 했다.
또 277벌의 의상과 240개의 특수가발을 제작하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헬만 홀의 2/3를 교체하는 등 디테일에 신경을 썼다.
영화 속 에스텔라는 어릴 적부터 남들과 달랐다. 남들의 시선 따윈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개성을 십분 살렸다.
하지만 세상은 그에게 ‘이상한 애’라는 낙인을 찍었다. 단지 개성이 강한 것뿐인데,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차별’을 일삼는 사람들을 보며 그녀는 분노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그녀의 엄마는 문제아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에스텔라가 크게 될 인재라고 생각해 그녀를 응원해 준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는 에스텔라의 엄마 같은 사람은 드물다. 누군가 개성이 강하면 ‘4차원’이니 ‘또라이’니 하며 비하한다.
부모조차 우리 애가 그냥 평범하게 살면 좋겠다고 생각해 최대한 아이의 개성을 죽이는데 혈안이 된다.
개성을 죽이도록 강요받은 아이는 자유와 창의성을 억압받아 발전하지 못하게 된다.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도와주면 하루아침에 혜성처럼 등장한 패션디자이너 ‘크루엘라’가 돼 세상의 주목을 받을 수도 있지만, “튀지 마라”는 말을 들으며 자라면 절대 크루엘라가 될 수 없다.
영화 <크루엘라>를 통해 톡톡 튀는 개성을 지닌 이들이 더 많아지길 바라본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