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 빠진 B급 코믹 잔혹극
정석(강찬희 분)은 1주일에 200만원이나 준다는 이른바 ‘꿀알바’를 위해 어느 저택으로 향한다. 선배 알바생 ‘이빨’(김강현 분)은 ‘S그룹 이 회장님’이 2층에 있는데 아무도 모르게 생명을 연장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분명 TV 뉴스에서 고인이 됐다고 했는데 살아있다니 기겁할 일이다.
하지만 막상 얼굴을 확인해 보니 S그룹 이 회장이 아니다. 그러면 그렇지라고 생각하는 정석에게 이빨은 거의 그 정도의 재력을 가진 노인이라며, 강남에 아파트 100채를 가지고 있는데 세금 문제 때문에 죽으면 절대 안 되기 때문에 ‘산 송장’을 유지 시키는 것이 자신들의 임무라고 말한다.
정석이 하는 일이라고는 시간 맞춰 기저귀 갈아주고, 부패 방지를 위해 마약성 약 억지로 먹이고, 욕창 안 생기게 파우더 발라주는 게 전부다.
나머지 시간은 자유시간인데 딱히 할 일이 없어서 공무원 시험공부나 한다. 혼자 있다가 드디어 말 상대가 왔지만, 그렇다고 딱히 자신의 말 상대가 되어주지도 않는 정석을 보면서 이빨은 ‘썰’을 풀기 시작한다.
아는 여자 중에 ‘전설의 10초녀’라는 별명을 가진 이가 있는데, 어느 남자든지 그녀 앞에서 10초면 끝나는 최고의 명기라며, 발기부전으로 고생하는 S그룹 회장에게 100억 원을 받기로 하고 잠자리를 가졌으나 결국 성공시키지 못해 신체 일부를 훼손당했다고 말한다.
도저히 믿기 힘들어하는 정석을 위해 이빨은 ‘전설의 10초녀’ 세나(김소라 분)를 집으로 부른다.
평소 돈 많고, 명 짧은 노인이 이상형이었던 세나는 2층에 있는 VVIP(장광 분)에게 관심을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거의 죽은 사람이나 마찬가지인 그와 뭘 해 볼 수도 없으니 셋은 1층 거실에서 술이나 마시며 ‘썰’을 풀기 시작한다.
그리고 세나는 믿을 수 없는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한다.
잠시 후, 2층에 올라간 세 사람은 VVIP가 어디론가 사라진 걸 알게 된다. 그를 한참 찾던 중 어디선가 나타난 그에게 정석이 목덜미를 물린다.
좀비처럼 살아나 드라큘라처럼 목덜미를 물다니 세 사람은 혼비백산해 그를 공격한다.
쓰러진 VVIP가 숨을 쉬지 않자 자신들의 임무를 망치게 돼 두려움에 떤다. 마침 집에 설치된 CCTV로 이 상황을 지켜보던 충무(조재윤 분)가 나타나 이들을 응징한다.
이 과정에서 충무의 칼에 맞아 아직 숨어있던 VVIP가 ‘확실하게’ 죽게 된다.
거의 죽은 사람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어떻게든 목숨줄이 붙어있게 해야 하는 게 임무였던 충무는 ‘멘붕’에 빠져 이 일을 수습하기 위해 ‘전문가’(장진영 분)를 부른 후, 누군가와 의논하기 위해 집을 나선다.
과거 프로파일러였으나 지금은 ‘자살 조작’으로 먹고 사는 전문가가 집에 와 충무에게 지시 받은 대로 이 집에 있는 모든 사람을 죽이려 하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그런 가운데 2층에 누워있는 VVIP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나게 된다.
영화 <썰>은 ‘B급 코믹 잔혹극’을 표방하는 영화다. ‘B급답게’ 하다못해 집안 실내장식부터 VVIP가 사는 집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구리다.
여기에 ‘잔혹극’을 표방하는 만큼 신체 절단이나 ‘피 튀기는’ 장면이 많다.
차라리 ‘코믹’이라도 제대로 살면 좋겠는데, 코믹은 온데간데없고 ‘B급’과 ‘잔혹극’만 가득하다.
아이돌그룹 SF9의 강찬희와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있을 수 있어도 얼굴은 꽤 낯익은 김강현, 조재윤, 김소라에 그동안 영화와 드라마 등을 통해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중견배우 장광, 정진영까지 꽤 괜찮은 출연진을 데리고 이 정도 영화를 만들다니 제작비가 아깝다.
이에 대해 조재윤은 2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00만 관객은 힘들다”며 10만 명만 넘어도 좋겠다며, 강찬희에게 ‘10만 명 공약’을 걸라고 말하기도 했다.
배우 스스로도 이 영화가 망작(亡作)인 걸 제대로 인지하고 있다는 반증(反證)이기도 하다.
딱히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부족하고, 내용이 그리 재미있지도 않은 영화 <썰>은 다음 달 3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