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의리가 무엇인지 보여줘
요즘 ‘도’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도를 아십니까?’이다. 이렇듯 사회는 상황에 따라 변해간다. ‘강호’하면 생각나는 것도 ‘도’, ‘의리’ 같은 무협지에 나올 것 같은 끈끈한 무엇이겠지만, 사회가 변화하며 그런 도, 의리도 변화했다.
영화 <강호아녀>도 2001년부터 2018년까지 18년동안 주인공인 ‘차오’와 그녀의 남자친구 ‘빈’의 사랑과 관계변화를 통해 변화하는 중국을 살펴볼 수 있다.
지아장커 감독은 자신의 고향, 중국 산시성을 배경으로 영화를 찍었다. 중국 산시성 다퉁시에 사는 차오(자오타오 분)는 지역 보스 빈(리아오판 분)의 여자친구로 밝고 당찬 모습의 여성이다.
항상 빈과 함께 하며 그의 동료로 여자친구로 일상을 공유한다. 그러던 어느 날 조직의 보스가 칼에 찔려 죽고, 빈도 위협을 받는다.
위기의 순간 차오는 권총을 꺼내 위협 발포를 하고, 경찰에 체포된다. 그 사건으로 빈은 1년, 차오는 5년의 감옥생활을 하게 된다.
5년의 감옥생활을 하고 출소한 차오는 아무도 자신을 마중나와 있지 않다. 빈을 찾아갔지만 새로운 여자친구에게 빈의 근황을 들을 뿐 그를 직접 만나지 못한다.
빈이 기거한다는 도시로 찾아가 그를 만나고 변해버린 그를 눈으로 확인한다.
직접 이별을 말하지 못하는 빈을 대신해 차오가 이별을 이야기한다. 시간이 흘러 차오는 자신만의 생활을 꾸려 나가지만 느닷없이 빈이 찾아온다.
강호에 산다면 의리는 중요하다. 빈은 의리를 중요시하는 지역 조직의 보스로 죽이지 않으면 죽는다는 강호에서 살아간다.
같은 시기를 살지만 차오 자신은 강호에서 살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둘이 스스로 어디에 살고 있는지는 중요치 않다.
빈은 자신의 조직원과 의리를 외치며 술을 마시고 차오는 그 모습을 지켜보는 장면이 있다.
진정한 강호에 살며, 의리를 다지는 사람은 빈이었다. 차오는 불법 총기 사용으로 5년의 형을 받지만, 끝까지 총기의 주인이 빈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빈은 1년의 형만 살고 나온다. 강호에 살지 않지만 빈보다 강호에 사는 것 같은 차오의 의리는 빈이 변한 것과 달리 변하지 않는다.
자신을 위해 감옥에서 오랜 수감생활을 한 차오를 한 번도 찾지 않는 빈. 새로운 여자친구가 생겼지만 스스로 말하지 못해 새 여자친구가 대신 차오를 만나게 해 그 사실을 알린다.
자신을 찾아온 차오에게 끝끝내 새여자친구와 이별을 말하지 못해 차오 입으로 이별을 얘기하게 하는 빈의 태도에는 어디에서도 의리를 찾아볼 수 없다.
차오와 빈의 관계만이 변한 것은 아니다. 중국은 그들이 인연을 쌓아온 시간동안 급격히 변한다.
다시 차오를 찾은 빈이 오랜만에 찾아온 다퉁시를 알아보지 못할 만큼 변화했다. 그 속의 사람들도, 중요시 여겼던 가치나 이념들도 변화한다. 영화는 이런 변화를 가감없이 관객에게 전달한다.
또한, 푸티지 기법을 사용해 그 시대를 현실감 있게 끌어왔다. 중국의 모습을 담은 영상들은 예전부터 지아장커 감독이 촬영해왔던 중국의 모습으로 그 시대 그 시절에 와 있는 느낌을 주며, 과거로 소환한다.
중국의 변모하는 모습을 영화를 통해 간접 경험할 수 있다. 또한, 급변하는 중국에서의 다양한 문제들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
영화 홍보에서 말하는 ‘사랑이야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사랑이야기는 거들 뿐 변화하는 중국사회와 사람 간의 의리, 관계변화 등의 심오한 내용을 담고 있으니 감안해서 봐야한다.
영화를 다 보면 현대사회의 문제를 마주해 씁쓸함이 남겠지만 한번쯤은 되짚어 봐야할 내용이다. 영화 <강호아녀>는 오는 10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