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감각이 ‘눈 호강’ 망쳐
영화<퍼시 잭슨과 번개 도둑> 등에 출연한 영국 배우 스티브 쿠건과 <트립 투 스페인> 등에 출연한 그의 절친 톱 브라이든이 <옵저버>라는 잡지의 제안으로 6일 동안 6개의 레스토랑을 방문하는 내용의 영화 <트립 투 그리스>가 29일 기자시사회를 개최했다.
그들은 오디세우스의 발자취를 따라 터키에서 시작해 그리스를 여행한다.
두 사람은 연기인지 실제인지 분간이 안 되는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인다. 마치 고현정, 윤여정 등이 주연을 맡은 영화 <여배우들>과 비슷하다.
직접 운전해 해안도로를 따라 이동하기에 이들의 여정만으로도 충분히 ‘랜선 여행’을 떠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힘들어진 상황에서 이 영화는 관객들의 여행 욕구를 어느 정도 충족시켜 준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풍경을 무색하게 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영국식 유머와 한국인에게는 낯설은 외국 연예인 성대모사가 바로 그것.
톱 브라이든은 영화 내내 하다못해 극중 다른 배우도 무안해하는 썰렁한 영국식 유머를 남발한다. 게다가 연신 누군가를 성대모사 하는데 한국인에겐 낯설이들이어서 그리 와 닿지도 않는다.
무려 1시간 40분 동안 계속 그의 이 재미없는 유머와 성대모사가 이어지다 보니 관객 입장에서 내가 이 시끄럽고, 재미없는 영화를 왜 보고 있나 싶어 자괴감이 든다.
영국에서 개봉했을 때는 어땠나 몰라도, 우리나라처럼 비영어권 국가에서 개봉하기엔 부적합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톱 브라이든의 대사를 상당 부분 쳐내고, 그리스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는데 집중했다면 랜선 여행의 매력이 살았을 텐데 아쉽다.
귀를 막고, 화면만 볼 자신이 있다면 봐도 좋을 영화 <트립 투 그리스>는 내달 8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