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일상이 똑같다면 어떨까?

얼마 전 개봉한 영화 <프리 가이> 속 주인공 가이(라이언 레이놀즈 분)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산다. 똑같은 메뉴로 아침 식사 후, 직장인 은행에 출근하면 어제와 마찬가지로 강도가 쳐들어오고, 퇴근 후엔 늘 똑같은 일상을 반복한다.

가이가 이렇게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사는 것은 그가 사는 세상이 바로 게임 속 세상 ‘프리 시티’이기 때문이다.

반면 오는 19일 개봉하는 영화 <팜 스프링스>의 주인공 나일스(앤디 샘버그 분)는 타임 루프(time loop) 때문에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간다.

일어나라는 여자친구(메레디스 하그너 분)의 목소리에 잠에서 깨면, 여자친구가 다리를 제모하고 있고, 다리가 섹시하다고 한마디 했다가 바로 성교로 이어지고, 제대로 사정도 못 한다며 여자친구에게 혼나고, 같이 친구인 탈라(카밀라 멘데스 분)와 에이브(테일러 후츨린 분)의 결혼식에 갔다가 흠뻑 취한 신부의 언니 세라(크리스틴 밀리오티 분) 대신 축사를 해주고, 가끔은 자신 때문에 같이 타임 루프에 갇히게 된 로이(J.K. 시몬스 분)로부터 쫓기다 죽고, 다시 아침에 여자친구가 일어나라고 깨우고…….

매일 매일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다 보니까 나일스는 이게 몇 번째 반복되는 일상인지, 과거에 내가 뭐하던 사람인지도 모르고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마음이 있는 세라가 그를 쫓아오다가 같이 타임 루프에 갇히게 된다.

처음 세라는 이건 꿈일 거라며 현실을 부정하고, 꿈이 아님을 알고 나일스를 원망한다. 자신보다 먼저 시집가는 동생의 결혼식을 매일 봐야 한다는 게 그녀에겐 고통이다.

그녀는 결혼식 당일 아침 일찍 멀리 도망가면 이 꼴을 안 봐도 되겠지 싶어 차를 타고 텍사스까지 가지만, 잠에서 깨면 다시 같은 일상이 반복된다.

그래 그러면 아예 죽어버리자. 그러면 이 지긋지긋한 일상의 반복에서 벗어나겠지 싶어 스스로 목숨을 끊어 보지만, 곧바로 자기 침대에서 일어나 또 같은 하루를 살아간다.

해골 물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맛있게 마실 수 있는 법. 기왕 이렇게 된 것, 그래 한번 막 살아보자며 그녀는 잘됐다 싶어 하고 싶은 대로 다 한다.

술집에서 일부러 건장한 남자들에게 시비도 걸어보고, 짜증 나는 상대에게 솔직하게 짜증이 난다고 말도 한다. 저러다 죽지 싶을 정도로 당돌하게 군다.

어차피 죽어도 곧바로 또다시 동생의 결혼식 날 아침 잠에서 깰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녀는 매일 매일 나일스와 즐겁게 지낸다. 누구네 집인지는 모르지만, 휴가 떠난 남의 집 수영장에 들어가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낸다. 어차피 적어도 오늘(11월 9일)은 이 집이 비어있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렇게 둘만의 아지트도 만들며 둘은 하고 싶은 것 다 하면서 타임 루프 인생을 즐긴다.

영화 <팜 스프링스>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리버사이드에 있는 곳으로 할리우드 배우들의 휴양지로 유명한 곳이다.

여름 기온이 최대 50℃까지 오르는 까닭에 11월부터가 여행 적기다. 그런 이유로 영화 속 날짜가 11월 9일에 맞춰져 있는 것이다.

또 영화 속에서 나일스와 세라는 물 대신 맥주를 마시는데, 맥주의 라벨엔 ‘Akupara’라고 적혀 있는데 이는 힌두교 신화에 등장하는 거북이로 ‘무한대의’ ‘불멸의’라는 뜻이 있다.

이런 점을 알고 영화를 보면 조금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다.

다만, 타임 루프라는 소재가 이미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서 사용된 탓에 신선한 소재는 아니라는 점에서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지켜볼 일이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생각하기에 따라서 지옥이 될 수도,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 <팜 스프링스>는 오는 19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