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라는 이유로…
에라디 분)는 뜻하지 않은 임신을 한 상태로 일자리를 찾는다. 그녀가 사는 동네에서는 미혼모를 수치로 여기는 까닭에 아무도 자신을 아는 이 없는 카사블랑카를 떠돌며 일자리를 구한다.
아이를 낳으려면 돈도 필요하지만, 길에서 노숙할 수는 없으니 거처가 필요한 까닭에 숙식이 가능한 일자리를 찾으려니 더욱 어렵다.
절박한 마음으로 그녀는 집마다 돌아다니며 혹시 가정부가 필요한지 묻지만,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빵집에 일할 사람이 필요한지 묻는다. 빵집 주인 아블라(루브나 아자발 분)는 그녀의 배를 보더니 괜찮다며 쫓아낸다.
오갈 곳 없는 사미아는 그날 밤 빵집 앞에서 노숙을 한다. 저 몸으로, 그것도 거리에 남자들이 득실거리는데 노숙하다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걱정돼 아블라는 사미아에게 들어와서 자라며 도움을 준다.
다음 날 아침, 사미아가 일손을 돕겠다고 말하자 아블라는 일손은 됐고 그냥 한 2~3일 지내다가 떠나라고 말한다.
사실 아블라는 사별 후 딸 와르다(두아이 벨카우다 분)와 둘이 살고 있는데, 빵집에 오는 손님마다 저 여자는 누구냐며 관심을 보여 골치가 아파질까 싶어 자꾸 사미아를 내치려 하는 것.
하지만 그런 아블라와 달리 그녀의 딸 와르다는 사미아에게 마음을 열고 친근하게 다가간다.
사미아는 며칠이라도 자신에게 잘 곳을 내어 준 것이 고마워 아침식사로 손이 많이 가는 ‘르지자’를 만들어 아블라와 와르다에게 대접한다.
그녀는 넉넉히 만들었으니 남은 걸 이따가 손님들에게 팔아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하고, 르지자를 사려는 손님들로 모처럼 빵집은 호황이다. 결국 아블라는 사미아가 일을 돕는 걸 허락한다.
하지만 이 사람, 저 사람 오가며 여러 사람에게 사미아가 노출되는 게 싫은 아블라는 며칠 후 사미아를 쫓아낸다.
처음부터 사미아를 좋게 보던 와르다가 엄마에게 왜 쫓아냈냐고 말하자 그제서야 아블라는 거리로 나가 사미아를 찾아 다시 데리고 온다.
그녀는 사미아에게 애 낳고 몸 풀 때까지 같이 지내자고 제안한다.
그렇게 셋은 서로를 의지하며 사이좋게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사미아가 드디어 아들을 낳는다.
하지만, 사미아는 아침이면 아이를 입양 보낼 것이라며 애 이름도 안 짓고, 젖도 안 물린 채 모른 척한다.
아이가 배고픔에 밤새 울자 사미아는 마지 못해 젖을 물린다. 젖을 먹이며 아이와 교감을 나눠서일까? 사미아는 아이를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혼모인 자신이 아이를 키우는 것보다 애를 입양 보내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이 이름을 ‘아담’이라고 짓는다.
영화 <아담>은 마리암 투자니 감독이 한 미혼모와 만난 후 영감을 얻어서 만든 영화다.
정확히 사미아가 어떻게 미혼모가 됐는지는 나오지 않지만, 그녀는 미혼모를 수치로 생각하는 슈마(Hshouma) 문화 때문에 자기에 대해 아는 이 없는 카사블랑카로 왔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그녀의 행색을 보고 직감적으로 그녀가 미혼모인 걸 알아챈다.
일자리를 찾는다는 그녀에게 아블라는 이러지 말고 애 아빠에게 가보라고 말한다.
사실 아블라도 여자의 몸으로 힘들게 살기는 마찬가지다. 과거 남편이 어린 딸만 남겨둔 채 먼저 세상을 떠났을 때, 그녀는 ‘여자’라는 이유로 남편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여자 혼자 아이를 키운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른다.
그런데 미혼모인 사미아까지 함께 있다면 아마도 사람들의 부담스러운 시선은 배가(倍加) 될 것이다.
그런 이유로 그녀는 쉽게 사미아를 품어주지 못한다.
물론 모로코를 배경으로 한 까닭에 우리의 현실과 다른 부분도 있겠지만, 비록 나라는 다르지만 충분히 공감되는 부분도 있는 영화 <아담>은 오는 25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