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뚝 끊기는 서사로 스토리 전달력↓
18세기 말 스페인 식민지 남미의 한 벽지. 치안판사 자마(다니엘 히메네즈 카쵸 분)는 스페인 국왕의 전근 발령을 초조하게 기다리지만 몇 년째 감감무소식이다.
그는 재무장관의 부인 루시아나(롤라 두에냐스 분)를 꼬시려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그러던 어느 날, 국왕으로 전근(轉勤) 통지서가 온다. 문제는 그가 아니라, 총독을 에스파냐로 발령낸다는 내용이라는 점이다.
그는 새로 부임한 총독에게 자기도 전근 갈 수 있게 국왕에게 서신을 써 달라며, 필경사(scribe)를 대동한다.
하지만, 필경사가 공무(公務)는 뒷전이고 관저에서 책을 집필하고 있는 모습을 본 총독은 자마에게 아랫사람 관리 소홀의 책임을 묻는다.
화가 난 신임 총독은 왕실 재산 목록을 작성한다며 자마의 물건을 모두 밖으로 끄집어낸다.
결국 자마는 소문이 안 좋아 아무도 오지 않는 허름한 여관에 임시 거처를 마련한다.
총독은 그에게 필경사가 몰래 책을 집필하게 된 경위에 대해 보고서를 쓰면, 자기도 국왕에게 자마의 전근을 요청하는 편지를 쓰겠다며 그를 압박한다.
결국 총독은 국왕에게 자마의 전근을 청하는 서신을 보낸다. 그리고 바로 다음 장면에서 자마는 군에 차출돼 비쿠냐(마데우스 나츠테르가엘레 분)라는 악명 높은 강도를 잡는 일에 투입된다.
하지만 고생은 더 심해진다. 밤에 시각장애인 무리에게 말을 빼앗기고, 다음 날 낮엔 붉은색을 몸에 칠한 원주민들에게 습격을 받기도 한다.
또 비쿠냐 일당이 자마에게 ‘귀한 돌’이 가득한 코코넛이 어디에 있는지 말하라고 하자, 그는 “쓸모 없는 돌”이라며 알려주지 않아 사지가 절단되기도 한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자마>는 18세기 열대우림의 파라과이 강을 배경으로 자마라는 한 백인 식민지 관료의 몰락을 담은 이야기다.
문제는 이 영화의 서사가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대한 독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다듬어 쓴 위의 줄거리조차 갑자기 이야기가 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감독은 2017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무엇이건 예측을 벗어나는 것은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 그것은 보는 이들을 교란시키게 되어 있다”고 말한 바있다.
<자마>의 내러티브(narrative)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흐르지 않는다. 다음에 어떤 이야기가 이어질지 예측이 쉽지 않다. 이런 비선형적인 구조는 삶이란 그 자체가 원인과 결과의 단순한 사슬이 아니라는 감독의 믿음을 반영하는 것처럼 보인다.
때문에 관객들이 영화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더불어 영화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린다.
영화 <자마>는 오는 26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