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에도 부자는 끄떡없다?
해수면 상승으로 도시의 절반이 물에 잠긴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 영화 <레미니센스>가 23일 기자시사회를 개최했다.
과거가 우리를 붙잡고 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과거를 붙잡고 있다는 말로 영화는 시작된다.
수면 상승으로 희망이 사라지자 사람들은 (좋았던) 과거에 집착한다. 이에 기억을 되살려주는 ‘레미니센스’ 사업은 망할 일이 없는 유망 업종이다.
어느 날 저녁, 닉이 퇴근을 하려는 차에 한 여자가 열쇠를 잃어버려서 기억을 되돌려 보고 싶다며 사정한다.
그녀는 ‘탱크’라고 불리는 장치에 들어가기에 앞서 닉 앞에서 옷을 훌러덩 벗어 버린다.
그녀의 기억 재생 과정에서 닉은 그녀의 노래 부르는 모습에 빠져든다.
드디어 열쇠 위치를 찾은 그녀가 떠나고, 닉은 그녀가 깜빡 잊고 두고 간 귀걸이를 돌려주려고 그녀가 일하는 클럽을 찾는다.
메이는 닉에게 집까지 데려다 달라고 말하고, 닉은 기꺼이 그렇게 한다. 닉은 물 한 잔을 얻어먹으려다 결국 갈 데까지 간다.
하지만 갑자기 메이가 사라지자 닉은 매일 탱크에 들어가 그녀와 있었던 일을 반복해서 재생한다.
그는 어떻게든 메이를 찾기 위해 모든 일을 제쳐두고 거기에만 몰두한다.
그 과정에서 닉은 메이가 ‘바카’ 중독인 걸 알고 혼란스러워한다. 그는 대체 메이가 뭐 때문에 자기에게 접근했는지 궁금해 계속 그녀와 있었던 과거를 떠올린다.
닉과 함께 일하는 와츠가 “여기, 지금을 살라”고 말해도 닉은 계속 메이에게 집착한다.
영화가 후반으로 가면서 정부(情婦)가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복잡해진다.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해 도시의 절반이 물에 잠겼지만, 여전히 부자들은 사는 데 아무 지장이 없을 뿐 아니라, 보통의 사람들은 과거의 좋았던 기억에 얽매여 살지만, 부자들은 망상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점에 초점을 두고 보면 좋을 듯하다.
영화 <위대한 쇼맨>의 휴 잭맨이 주인공 닉 역을 맡았고, <테넷>을 연출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동생 조나단 놀란 감독이 제작을 맡고, 조나단 놀란의 아내 리사 조이가 연출과 각본을 맡은 것 치고 기대 이하다.
영화의 제목인 ‘레미니센스’(reminiscence)는 오래된 과거일수록 또렷이 기억나는 ‘망각의 역 현상’을 의미한다.
영화 <레미니센스>는 오는 25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