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과 다른 마블 영화
마블 스튜디오의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이 9월 1일 전 세계 최초 개봉을 확정 짓고, 27일 기자시사회를 개최했다.
10개의 링(ten rings)으로 영원불멸한 삶을 살게 된 웬우(양조위 분)는 무려 천 년 동안 ‘텐 링즈’라는 이름의 자기만의 부대를 이끌며 나쁜 일을 하며 자신의 세를 넓혀 간다.
어느 날, 그는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탈로’라는 신비한 마을을 찾아 길을 떠난다. 그 과정에서 그는 움직이는 숲에 갇히게 되고, 우연히 한 여자를 만나게 된다.
그녀에게 탈로로 가는 길을 묻자, 여자는 아무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며 냉랭하게 대한다.
결국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대결을 펼치고, 이 과정에서 서로에게 반해 결혼한다. 그리고 첫째 아이 샹치를 낳는다.
세월이 흘러 샹치(시무 리우 분)는 이름을 션으로 바꾸고,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호텔에서 케이티(아콰피나 분)와 함께 주차요원으로 일한다.
사실 션은 4개 국어에 능통한 ‘언어 천재’이고, 케이티는 버클리대학교를 졸업한 ‘공부 천재’이지만 두 사람은 동양인이라는 약점 때문에 미국 사회에서 제대로 된 능력을 인정받으며 살아가지 못한다.
케이티의 엄마는 딸이 좋은 대학까지 나와서 호텔에서 주차요원으로 일하는 게 영 못 마땅해하지만, 케이티는 현실에 순응하는 듯 자기 직업에 큰 불만을 표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케이티와 함께 버스로 출근하던 샹치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나 대뜸 펜던트를 내놓으라며 시비를 건다.
이에 샹치는 그동안 숨겨 왔던 무술 실력을 뽐내지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펜던트를 뺏기고 만다.
샹치는 놈들의 다음 타겟이 여동생 샤링(장멍 분)이라고 생각해 얼마 전 동생이 보내온 엽서에 적힌 주소인 마카오로 향한다.
하지만 동생은 대뜸 십수 년 만에 오빠가 나타나자 죽일 듯이 덤빈다.
사실 6살에 엄마를 잃은 샹치는 아빠에게 살인무술을 배웠다. 그리고 14살이 되던 해에 아빠로부터 엄마를 죽인 놈들에게 복수하라는 임무를 받고는 동생에게 “3일 후에 오겠다”며 집을 나섰다.
하지만 3일이 아니라 6년을 기다려도 오빠가 오지 않자, 샤링은 집을 나섰고 불과 16살의 나이로 ‘파이트 클럽’을 오픈해 자기만의 제국을 만들었다.
그런데 자신이 연락한 적도 없는데, 갑자기 오빠라는 작자가 자기 눈앞에 나타나니 자기를 버리고 떠났던 오빠에 대한 원망으로 죽일 듯이 덤빈 것.
오빠는 오빠대로 동생이 몇 달 전 엽서까지 보내놓고, 이러는 게 이해가 안 돼 오해를 풀려고 대화를 하는데 또다시 ‘텐 링즈’ 부대원들이 펜던트를 훔치러 온다.
결국 샤링과 샹치는 아빠 손에 이끌려 집으로 돌아간다. 웬우는 자녀들에게 엄마는 죽은 게 아니라 탈로에 갇혀 있다며 같이 엄마를 데리러 가자고 제안한다.
어려서부터 마법의 마을 탈로에 대해서는 자주 이야기를 들었지만, 통 아빠의 말을 믿을 수 없는 샹치와 샤링은 얼떨결에 얼굴 없는 ‘닭돼지’ 모리스의 안내로 탈로에 가게 된다.
그곳은 역시 마법의 마을답게 기이하게 생긴 동물들이 가득한 신비로운 곳이었다.
아이들의 이모 난(양자경 분)이 배웅을 하고, 이 마을의 비밀을 알려준다.
한편, 웬우는 자기를 구해달라는 아내의 목소리를 따라 탈로에 있는 ‘어둠의 문’을 열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이로 인해 4천년 동안 갇혀 있던 ‘영혼을 먹는 괴물’이 ‘어둠의 문’ 밖으로 나와 샹치 일행과 마을주민들은 물론, 텐 링즈 부대원들까지 닥치는 대로 공격한다.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그동안 봐 오던 마블 영화와 결이 다른 영화다. 우선 주인공들이 전부 중국인이다. 그런 까닭에 대사의 상당 부분이 영어가 아닌 중국어다.
양자경이나 왕조위 같은 이미 세계적으로 얼굴을 알린 중견 중국 배우뿐만 아니라, 영화 <페어웰>로 국내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아콰피나를 비롯해 드라마 <김씨네 편의점>을 통해 얼굴을 알린 시무 리우 그리고 이번에 첫 스크린 데뷔를 앞둔 장멍까지 모두 훌륭한 연기를 선보인다.
특히 주인공 샹치의 경우, 기존 마블 영화의 히어로와 달리 실제 우리 주위에 살 것 같은 캐릭터로 그린 점이 눈에 띈다.
또 샹치의 옷 제작을 위해 무려 80명의 전문가가 투입되는 등 디테일에도 신경 썼다.
중국 배우들을 캐스팅해 중국 시장을 노렸지만, 정작 중국에선 상영이 금지돼 중국 관객들은 볼 수 없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샹치의 아버지로 출연하는 양조위가 과거 ‘하나의 중국’ 기조에 반해 홍콩 시위를 지지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샹치의 대사에 있는데, 그는 과거 미국으로 이민 왔을 때 미국인들이 자신에게 “강남스타일”이라며 인종차별을 했다고 한다.
과거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에 나가면 ‘중국인’이냐고 묻는 일이 비일비재 했는데, 이젠 중국인에게 ‘한국인’이라고 말한다는 점이 그만큼 우리나라가 외국에 많이 알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BTS를 비롯한 소위 K-POP의 영향으로 풀이되는데, 이 때문에 중국은 최근 ‘동북공정’을 넘어 ‘문화공정’까지 일삼고 있다.
또 마지막에 탈로에서 펼쳐지는 액션은 말할 것도 없고, 샹치와 샤링이 텐 링즈 부대원들과 맞서 펼치는 고공액션 역시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2시간 12분에 달하는 이 영화에는 총 2개의 쿠키영상이 있다. 첫 번째 쿠키영상에서는 샹치와 케이티가 후속편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기대하게 하고, 두 번째 쿠키영상에서는 반드시 후속편을 선보이겠다는 약속과 함께 샤링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첫 번째 쿠키영상은 제법 빨리 나오지만, 두 번째 쿠키영상은 맨 마지막에 나오므로 절대 자막이 다 올라갈 때까지 자리를 뜨면 안 된다.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다음 달 1일 전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