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권 확보를 위한 한 소년의 집념
국민학교 때부터 수학 천재로 불리던 준경(김강훈 분)은 수학경시대회에 나가 경상북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동네에서 소문난 아이다.
그런 그에게 소원이 하나 있었으니 마을에 작은 간이역이라도 하나 생기는 게 꿈.
그가 사는 마을엔 찻길이 없어 주민들은 어쩔 수 없이 위험을 감수하고 기찻길로 다닐 수밖에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정규열차는 운행 시각이 정해져 있으나, 화물열차는 언제 지나갈지 몰라 주민들은 이따금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한다.
6년의 세월이 흘러 17살 고등학생이 된 준경(박정민 분)은 50통 넘게 대통령에게 제발 우리 동네에 간이역 좀 설치해 달라고 청원한다.
하지만 청와대에선 묵묵부답이고, 이따금 기관사인 아버지(이성민 분)는 또 청와대에 편지 보냈냐며, 쓸데없는 짓 좀 그만두라고 혼내기 일쑤다.
사실 그가 간이역을 그토록 원하는 이유는 남에게 말 못 할 마음의 빚 때문이다.
그의 사연을 들은 국회의원의 딸 라희(임윤아 분)는 그를 돕기 위해 애써보지만, 아무리 국회의원 딸이어도 한계는 있는 법.
이에 그녀는 준경에게 ‘장학퀴즈’에 나가 호소도 하고, 상금을 받아 직접 역을 만들자고 제안하지만, 수학에 있어선 박사학위 논문도 쓸 정도이지만 88올림픽 마스코트가 무슨 동물인지도 모를 정도로 다른 건 아무것도 모르는 그의 실력을 보고 포기한다.
그러다 떠올린 아이디어가 바로 전국수학경시대회에 나가 대통령상을 받으면, 직접 대통령을 만나 얘기할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싶어서다.
결국 준경은 라희의 권유로 전국수학경시대회에 나가고, 대통령상을 받지만 대구교육감으로부터 대리 수상을 한다.
영화 <기적>은 1988년 문을 연 경북 봉화군에 있는 양원역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주인공 준경의 아버지 역을 맡은 이성민은 지난 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고향이 (봉화군 바로 옆인) 영주라 사투리 연기가 어렵지 않았다며, 고향 말로 또 언제 연기를 해보겠나 싶어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감독은 다른 출연자들의 대사는 현지인이 지도해 줬지만, 이성민은 따로 지도가 필요 없었다고 덧붙였다.
라희 역을 맡은 임윤아 역시 조부모님이 영주 출신이라 어릴 적 접하던 사투리가 그대로 대사에 녹아나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이 영화는 현실감에 초점을 뒀으나, 양원역이 1988년 우리나라 최초로 개통한 민자역이라는 사실만 가져왔을 뿐 준경이나 라희 등 극 중 인물들은 전부 감독이 허구로 만들어 냈다고 한다.
준경의 눈물겨운 노력과 그의 비하인드 스토리에 눈물 흘리던 관객들이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되면 다소 허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주민들의 이동권 확보를 위해 간이역이 세워지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 <기적>은 오는 15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