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장애가 아닌 능력을 봐 주길
이번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세계 최초로 선보인 우즈베키스탄 영화 <텡기즈>는 실화에 바탕을 둔 영화다.
외아들인 마디야르와 결혼한 텡기즈는 결혼한 지 한 달도 안 되어 임신을 강요받는다.
시어머니의 권유로 병원도 방문하고 친정도 갈 겸 기차 여행길에 올랐다가, 텡기즈는 객실 판매원 아나르굴과 마디야르가 보통 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텡기즈는 첫 여행 이후 임신을 하는데, 함께 병원에 가기로 했던 마디야르는 기차역에서 만나자며 먼저 떠나고, 기차역에 도착한 텡기즈는 아나르굴과 함께 있는 마디야르를 보게 된다.
이를 보고 달리는 기차에 올라타려던 텡기즈는 사고를 당하게 되고, 유산뿐 아니라 오른쪽 팔다리를 절단하는 대수술을 받게 된다.
텡기즈의 친정으로 찾아온 시어머니는 “너는 천사”라며 같이 가자고 권유한다. 하지만 텡기즈가 거절하자, 옆에 있는 시아버지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그래 주면 고맙겠다는 투로 받아친다. 한쪽 팔과 다리를 잃은 며느리는 굳이 필요 없다는 듯.
남편과 헤어진데다 장애인까지 된 텡기즈는 이제 스스로 돈을 벌어야 한다.
이에 그녀는 친정집이 위치한 지역사회에서 돈이 필요한 여성들을 모아 재봉일을 시작한다.
하지만 사업이라는 게 당연히 쉬울 리 없다. 돈이야 대출받았지만, 일거리가 있어야 돈을 벌어 대출도 갚을 텐데 영업이 쉽지 않다.
이에 그녀는 자신에게 대출해 준 은행에 찾아가 영업을 도와달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갑자기 시의회에서 작업복 수백 벌을 주문한다. 촉박한 납기를 맞추기 위해 그녀는 자신이 아는 모든 여성을 총동원해 작업에 돌입한다.
영화 <텡기즈> 속 텡기즈는 바람난 남편 때문에 장애인이 됐다. 장애인이 되자 그녀의 시아버지는 속으로 내심 이혼해 줬으면 하고 바란다.
다행인지(?) 텡기즈가 먼저 이혼 얘기를 꺼내자 시아버지는 드러내놓고 좋아한다. 남편이라는 작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텡기즈의 ‘동네 동생’과 결혼하겠다고 한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장애 여성이 어떤 취급을 받는지 잘 보여준다.
하지만 텡기즈는 이에 굴하지 않고, 자립(自立)을 꿈꾼다. 그래서 그녀는 지역사회에서 함께 일할 직원들을 뽑는다.
단순히 재봉기술이 있다고 뽑는 게 아니라, 사회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뽑는다.
우즈베키스탄에 그런 개념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일종의 사회적 기업이라 할 수 있다.
주문을 맡긴 시의회에서 관계자가 실사를 나와 텡기즈의 몸 상태를 보고 살짝 놀라긴 했으나, 품질이 우수하자 만족해하며 돌아간다.
사실 옷을 주문했으면 옷의 품질만 따지면 그만이지, 만드는 사람의 장애 유무는 관계없다.
그런 까닭에 현재 텡기즈는 수십 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왕성하게 사업을 전개 중이라고 한다.
장애를 보지 말고, 능력을 봐 달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 <텡기즈>는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지난 8일과 10일에 이어 오는 13일 상영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