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싸움 없는 색다른 서부극
1925년 미국 몬태나주에서 목장을 운영하는 필(베네딕트 컴버배치 분)과 조지(제시 플레먼스 분) 형제는 물건을 사러 가는 길에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홀로 아들을 키우는 로즈(키얼스틴 던스트 분)가 운영하는 식당에 들른다.
상남자인 필은 로즈의 아들 피터(코디 스밋맥피 분)의 다소곳한 언행을 놀린다. 필과 함께 자리한 카우보이들 역시 피터를 조롱하는 걸 재미있어한다.
하지만 어느 엄마라고 사람들이 자기 아들을 놀리는 걸 아무렇지 않게 여길까? 그들이 자리를 뜨자 로즈는 눈물을 흘린다.
계산을 위해 남아있던 조지는 로즈가 안쓰럽기도 하고, 자기 형과 동료들의 무례함이 미안하기도 하다.
결국 조지는 로즈와 피터를 가족으로 맞이한다.
그러나 필은 조지의 이런 말도 안 되는 행동에 화가 난다. 그는 자신의 조카와 제수씨가 된 피터와 로즈를 못마땅하게 여긴다.
미운 게 미운 짓만 한다고, 절대 인디언에게 팔지 말라고 얘기한 소가죽을 로즈가 홀랑 인디언에게 팔았다는 걸 알고 필의 분노는 극대화된다.
영화 <파워 오브 도그>는 1920년대 미국 몬태나를 배경으로 한 넷플릭스 영화다. 하지만, 현재의 몬태나는 당시에 비해 너무 많이 변한 까닭에 영화 속 배경에 어울릴만한 곳으로 뉴질랜드 사우스 아일랜드를 낙점했다.
제작진이 찾아낸 곳은 외지고 한적한 곳으로, 사방이 완전히 비어 있었다. 또 멋진 언덕 능선이 뒤에 자리해 최상의 선택이었다는 게 제인 캠피언 감독의 말.
하지만 촬영 도중 코로나19 발병으로 4개월 동안이나 촬영이 중단될 상황에 처했다. 일부 출연자는 집으로 돌아갔으나 주인공 필 역을 맡은 배네딕트 컴버배치를 포함해 일부는 그냥 현장에 남아있었다.
덕분에 이들은 오랜 기간 작품에 관해 이야기할 시간이 생겼고, 그래서 더 무르익은 작품이 탄생하게 됐다고 한다.
황량한 배경에서의 총격전이 주된 테마였던 기존 서부극과 달리, <파워 오브 도그>는 광활한 초원을 배경으로 하지만, 액션 장면 하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렬하고 잔혹하고 매혹적인, 새로운 서부극을 선보인다는 점이 특이점이다.
다만, 2시간이 넘는 긴 러닝타임 동안 각 인물의 심리상태나 전사(前事)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까닭에 당최 필이 왜 저런 행동을 할까 추측만 할 뿐이다.
그런 부분을 좋아하는 관객도 있겠지만, 자세한 설명을 좋아하는 관객 입장에선 좀 지루하게 느껴질 뿐 아니라 영화가 말하려는 바가 뭔지 제대로 파악하기 힘든 면도 있다.
영화의 제목은 성경 시편 22장 20절 ‘내 생명을 칼에서 건지시며 내 유일한 것을 개의 세력에서 구하소서’(Deliver my life from the sword, my precious life from the power of the dogs.)라는 구절에서 따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파워 오브 도그>는 오는 17일 일부 극장에서 개봉한 후, 다음 달 1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