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끝까지 봐야 하는 작품
통상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의 기자시사회는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특정한 하루를 정해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편한 시간에 기자가 직접 링크에 접속해 시청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단편 영화와 달리 시리즈물은 전편을 다 보려면 꽤 많은 시간이 걸리는 까닭에 통상 최대 2~3회분만 제공한다.
한소희 주연의 <마이네임>의 경우 3회까지, 그리고 요즘 세계적으로 핫한 <오징어게임>은 단 1회 분량만 기자들에게 선공개했다.
하지만, <지옥>은 달랐다. 무려 이틀에 걸쳐 모든 회차를 다 공개했다. 그러면서 지난 8일 공개된 1~3회의 내용은 바로 기사화해도 되지만, 이튿날 공개된 4~6회는 서비스 전날인 18일부터 공개해 달라고 요청했다.
솔직히 전 회차를 보기 전까지는 굳이 앞부분과 뒷부분의 공개 가능 시점을 따로 설정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지난 8일 1~3회차를 보고 난 후, 주인공인 ‘새리진회’ 정진수 의장(유아인 분)이 죽은 후 이튿날 공개될 내용의 전개가 궁금해졌다.
어느 날 낮에 갑자기 카페에 침입한 괴물 때문에 겁에 질린 사람들로 인해 일대가 쑥대밭이 되고, 괴물 세 마리가 한 남자를 불태워 흔적도 없이 죽이자 새진리회 측은 현장에서 집회를 연다.
정진수 의장은 자신은 사이비 교주가 아니라며, 20살에 보육원에서 퇴소 해 (살기가 막막해) 죽으러 산에 갔다가 괴물을 목격한 후, 신의 흔적을 찾아 10년간 돌아다닌 끝에 (득도해) 지금에 이르렀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신도들이 사 준 좋은 차가 있지만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고, 고시원에 사는 그는 우리가 생각하는 사이비 교주의 호화로운 삶과 거리가 먼 삶을 산다.
그런 가운데 박정자(김신록 분)라는 한 여성이 천사(정지소 분)로부터 곧 죽을 것이라는 ‘고지’를 받자, 새진리회 측은 그녀에게 30억 원을 줄테니 마지막 순간을 생중계하게 해 달라고 제안한다.
새진리회가 ‘고지’ 받은 여성이 죽는 모습을 중계하려는 이유는 지옥에 가지 않으려면 더 정의롭게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사람들에게 심어주기 위한 것.
지옥에 가기 싫으면 자신들에게 돈을 바치라는 것도 아니고, 지금보다 더 정의롭게 살라고 전파하는 정진수의 모습은 얼핏 사이비 교주와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하지만 악인이 지옥에 간다고 부르짖던 정 의장조차 ‘고지’를 받고 남들 눈을 피해 최후의 순간을 맞이한다.
과연 이후에 어떤 식으로 내용이 전개될까 궁금해 지난 9일 기대감을 안고 4~6회차를 봤다.
보고 나니, 왜 굳이 후반부의 이야기는 서비스 직전에 공개해 달라며 엠바고를 요청했는지 알게 됐다.
총 6회차 중 앞에 1~3회차와 뒤 4~6회차의 내용은 완전히 달랐다. 앞부분에선 정의롭게 살아야 하는 걸 강조하나, 그러면 새진리회가 이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했지만 뒷부분에선 왜 제목이 ‘지옥’인지 알게 됐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작품은 절대 사이비 이단 종교를 미화하는 내용이 아니다.
박정자와 정진수 의장이 죽고 4년 후의 이야기가 그려지는데, 공형준(임형국 분) 교수와 민혜진(김현주 분) 변호사는 꼭 죄지은 사람만 ‘고지’ 받는 게 아니라며, 고지받은 사람들을 ‘증발’ 시켜주는 ‘소도’를 운영한다.
새진리회는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죄지은 상태라는 ‘원죄’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어쩔 수 없는 죄까지 인정하면, 사람들이 정의롭게 사는 걸 포기할 것이기 때문.
그런 가운데 갓 태어난 신생아가 ‘고지’를 받자 민 변호사와 공 교수는 새진리회의 교리의 허점을 공격하기 위해 아이 부모에게 아이가 죽는 걸 생중계 하자고 제안한다.
이에 새진리회의 우군(友軍)인 ‘화살촉’은 공형준 교수를 죽여 그가 일하는 대학에 목을 메달아 전시한다. 새진리회에 반기를 들면 죽음뿐이라는 경고를 하기 위한 것이다.
한편, 고지받은 시간에 갓난아기의 부모가 자신들 사이에 아이를 두고 서로 껴안아 결국 부모는 죽고, 아기는 살린다.
새진리회의 주장대로면 고지받은 아기가 죽어야 했는데, 아기가 죽지 않자 새진리회는 그동안 자기들의 주장이 틀렸음을 인정하기 싫어 “신이 아무 원칙이 없다는 걸 보여준다”며 곧 종말이 올 것이라고 억지 주장을 펼친다.
결국 이 작품에서 이야기하려는 것은 우리는 아무도 신의 뜻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은 오는 19일부터 스트리밍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