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신념, 소년을 테러범으로 만들어
어느 날 아침, 벨기에 브뤼셀.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학생들은 별로 영양가 없는 대화를 나누며 등교한다.
그 순간 “알라는 위대하다”며 또래 남학생이 총을 마구 쏘아댄다. 그는 갑자기 총질을 멈추더니 자살 폭탄 테러를 감행한다.
근무가 끝나서 쉬던 1번 구급차 대원들은 상황실 무전을 받고 학교로 출동한다.
마침 아들 카림이 근처 학교에 다니는 까닭에 걱정돼 이자벨(클로틸드 헤스메 분)은 아들에게 연락해 보지만 통화가 안 되자 초조해한다.
아들과 통화가 되든 안 되든 상관없이 일단 현장에 왔으니 그녀는 제 할 일을 한다. 이자벨은 현장에서 한 남학생을 구조해 구급차에 태운다.
근처 병원은 이미 꽉 차서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던 도중 환자 압델(아담 아마라 분)이 깨어난다.
이자벨은 진찰을 위해 압델의 옷을 찢는다. 그리고 그가 폭탄 조끼를 입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흥분한 압델은 당장이라도 폭탄을 터트릴 기세다.
한편, 치안당국은 압델의 존재는 인지하고 있으나, 현장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며 그를 찾아 헤매는 중이다.
그런 가운데 구급차 운전기사 아다모(아다모 디오니시 분)는 몰래 경찰에 연락하려다가 압델에게 들켜서 봉변을 당한다.
이제는 진짜로 16살의 어린 테러리스트에게 모든 주도권을 빼앗기고 말았다.
그때 상황실로부터 왜 아직도 안 오냐는 연락이 오고, 이자벨은 어쩔 수 없이 대충 둘러댄다.
하지만, 압델이 모르는 게 있었으니 구급차에는 GPS가 달려 있어서 실시간으로 위치를 상황실로 전송한다는 것.
구급차 안은 한참 동안 긴장감이 흐르고, 1시간 동안 아무 말도 없고, 도시 반대편으로 이동하는 게 수상해 상황실에서 또 다시 연락해 온다.
압델 눈치를 보느라 응답을 빨리 못하자 상황실에선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싶어 1번 구급차 대원들을 걱정하기 시작한다.
의심을 피하기 위해 압델은 상황실 요청대로 현장 출동을 하겠다고 답하라고 시킨다.
현장에 도착한 아다모와 이자벨은 구조한 환자를 과연 어떻게 할지를 두고 고민에 빠진다.
사실 이 구급차 안에 있는 이들은 모두 이 사회에서 소수인 사회적 약자다. 구급차 운전기사 아다모는 이민자이고, 압델은 무슬림으로 개종 후 히샴이라는 이름을 얻은 무슬림 신자다.
이자벨 역시 이민자 출신으로, 압델 또래의 아들을 둔 엄마다.
압델이 버튼만 누르면 차 안에 있는 이들은 모두 죽을 것이다. 그렇게 사회적으로 큰 관심의 대상이 아닌 이들만 목숨을 잃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폭탄 조끼를 벗을 수도 없다. 해체하는 법을 유세프(모스타파 벤케룸 분)만 아는데, 경찰이 그를 처치했기 때문이다.
이제 살고 싶어진 소년은 이자벨에게 링거를 놔 달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이 폭탄 조끼를 벗는 법을 몰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테러범들에 의해 아직 미성숙한 소년 한 명이 잘못된 선택을 해 아까운 목숨을 잃게 생겼다.
심지어 그가 인파가 많은 곳에서 폭탄을 터트리기라도 하면 수많은 무고한 시민들이 목숨을 잃게 될 것이다.
잘못된 믿음이 얼마나 위험하고 끔찍한지 깨닫게 하는 영화라 할 수 있다.
마지막에 최일선에서 맨몸으로 일하고 있는 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끝나는데, 이는 처음 이 영화의 출발점과 맞닿아 있다.
처음 이 영화를 구상하게 된 계기가 유럽에서 일어난 몇 건의 폭탄 테러를 접한 감독이, 과거 적십자사 구급차 운전 자원봉사자였던 아버지를 떠올리며 만약 구급대원이 테러리스트를 태우면 어떻게 될까 생각하다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한다.
영화 <앰뷸런스>는 오는 25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