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에서 여인으로
대만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감독으로 평가받는 에드워드 양 감독의 영화 <해탄적일천>이 개봉한다.
제작 39년 만에 한국에서 개봉하는 영화 <해탄적일천>은 1983년 작품으로 현대 대만인의 삶을 잘 드러낸 에드워드 양 감독의 데뷔작이다.
영화는 린자리와 탄웨이칭, 두 여인이 만나면서 시작된다. 13년 만에 유명 피아니스트가 되어 고향에 돌아온 웨이칭에게 전 남자친구의 여동생인 자리가 만나자고 청한다.
콘서트 전 기자회견을 취소하고, 린자리와 만난 웨이칭은 두 사람이 살아 온 이야기를 하나씩 해나가며 과거를 회상한다.
자리는 웨이칭을 오빠의 연인으로 만난다. 자리의 집은 의사 집안으로 오빠 또한 의사가 되기 위해 공부 중이다.
웨이칭과 결혼할 줄 알았던 오빠는 정략결혼을 선택하고, 웨이칭과 헤어진다. 그 모습을 지켜봤던 자리는 자신의 행복을 찾아 야반도주해 타이페이에 있는 연인 ‘더웨이’를 찾아가 결혼한다.
하지만, 결혼생활은 외롭고, 위태롭다. 서로의 간극을 줄이지 못했던 어느 날 남편인 더웨이가 해변에서 실종된다.
웨이칭은 의사 공부 중인 남자친구를 기다리며 피아노 강습 좀 하다가 그와 결혼해 가정을 꾸리려고 했다.
하지만 남자친구가 정략결혼을 결심하고 갑자기 헤어지게 된다. 힘든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유학길에 오르고, 13년 동안 고국을 찾지 않는다.
영화 <해탄적일천>은 결혼이라는 인생의 한 과정을 통해 다른 삶을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백하게 풀어낸다.
웨이칭은 당연히 생각했던 남자친구와의 결혼이 깨지면서 유학길에 오른다. 더군다나 피아니스트로 유명해졌다. 세계 곳곳에서 콘서트를 한다.
하지만, 그녀가 원했던 삶인지는 정확히 나오지 않는다. 원했던 사랑은 떠나보내고, 시간은 의외의 결과를 가져왔다.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됐으니 행복한가에 대한 것은 미지수다.
웨이칭의 전 남자친구이자 자리의 오빠인 자썬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의사가 된다.
가문의 번영을 위해 사랑하던 여자친구인 웨이칭을 버리고 부모의 뜻에 따라 정략결혼을 선택한다. 그의 결혼생활은 행복하지 않다.
이런 과정을 지켜본 자리는 행복을 찾아 집을 나온다. 자신의 의지에 따라 결혼 상대를 선택해 결혼하지만, 결혼생활은 외롭고 지친다.
사랑하고 의지해야 할 상대가 있어도 더욱 외로운 생활을 한다. 결국, 남편이 실종되고 그때부터 진정한 자신을 찾는다.
영화는 행복에 관해 이야기하며, 전통의 가치관과 현대의 가치관이 충돌하지만 어떤 선택이 더 바른지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 과정을 섬세하게 그리면서 관객을 생각하게 한다. 일상에서 만나는 보편적인 감정들이 모여 사람을 성장하게 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자썬이 정략결혼을 선택하지 않고 웨이칭과 결혼했다고 해도 두 사람이 행복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영화는 약 40년 전에 만들어졌지만, 그 속에 담긴 메시지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큰 감동을 준다. 소녀에서 여인으로 성장하는 여자들의 삶을 영화를 통해 들여다보며 나 자신의 삶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영화 <해탄적일천>은 오는 6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