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도 애도할 수 없는 차가운 현실
영화 <축복의 집>은 주인공 해수의 아슬아슬한 발자취를 따라가며 일련의 사건이 파헤쳐진다.
낮에는 공장에서 밤에는 식당에서 일하는 해수는 일을 마친 늦은 밤, 집 앞에서 차마 대문을 열고 들어가지 못한다. 어딘가 우울한 모습을 한 그녀는 새벽이 되어서야 집으로 들어서고, 말 한마디 없이 씻고 숨겨뒀던 돈을 챙겨 집을 나선다.
그녀가 찾아간 사람은 먼 동네의 의사. 불안한 표정의 그녀는 그곳에서 사체검안서를 발급받는다. 다시 장소를 옮긴 그녀는 누군가를 만나 그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는 목에 밧줄을 묶고 죽어있는 그녀의 어머니 순영이 누워있다. 같이 온 남자는 밧줄 자국을 숨긴 채 순영의 사진을 찍는다.
함께 장례식장으로 이동한 그 남자는 검시 필증은 금방 나오며, 금방 끝날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난다.
해수는 다시 장소를 이동해 누군가를 뒤쫓는다. 남동생 해준을 찾아온 것이다. 억지로 장례식장으로 해준을 끌고 오고, 두 사람은 빈소를 지킨다.
다음날, 그녀를 찾아온 보험회사 직원의 자살을 하면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는 말에 다급히 집으로 돌아와 증거를 없앤다.
해수는 비밀스럽고 수상한 계획을 분주히 처리한다. 형사, 보험, 의사, 모두 사건의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누가 제안하고 누가 계획했는지 모르겠지만, 한 사람의 죽음에 애도보다는 차가운 현실을 강조한다.
해수의 불안한 내면을 표현하듯 동생을 만나기 전까지 말 한마디 하지 않는다. 그런 행동들은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불러 일으킨다. 상실에 대한 것을 느끼기도 전에 종종걸음으로 갖은 서류들을 처리한다.
해수의 현재 상황은 그녀의 환경으로 보여준다. 그녀의 집은 철거촌에 있다. 주변의 건물은 철거가 되거나 퇴거가 이루어져 폐허가 되어있다.
현관을 열면 바로 길인 그녀의 집은 현관의 문과 창문 모두 창살이 덧대어져 있다. 현관 옆에는 휠체어가 놓여있고 수도에서 녹물이 나온다.
동네의 모습은 당장 이사를 가야 할 정도로 궁지에 내몰린 것을 보여준다.
아침에는 공장으로 출근하고 퇴근하면 저녁에 식당에서 일한다. 공장은 생산 파트에서 일해 일이 끝나면 옷을 갈아입고 간단히 씻지만 남녀 구분이 없이 탈의가 이루어진다.
스쳐가듯 보여주는 장면이지만 해수의 처지뿐만 아니라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생산 노동자의 한 부분을 조망한다.
박희권 감독은 “한 사람의 육체적 죽음 뒤, 사회 전산망에서 완벽히 소멸되는 과정에 대한 다큐”라고 말한다. 영화를 보면 사회 제도적 시스템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가지게 하며, 사각지대라는 차가운 현실을 마주한다.
또, ‘형사’역의 김재록, ‘보험’역의 이정은이 참여해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
너무 현실적이어서 씁쓸한 영화 <축복의 집>은 오는 24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