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애나의 인간적 면모 부각
아름다운 외모뿐만 아니라, 봉사활동도 열심히 해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故 다이애나 스펜서 前 영국 왕세자빈이 스크린으로 부활했다.
지난 3일 시사회를 통해 기자들에게 공개된 영화 <스펜서>는 얼굴뿐 아니라, 목소리와 걸음걸이까지 완벽히 다이애나 왕세자빈의 귀환이라 부를 만하다.
영화는 다이애나(크리스틴 스튜어트 분)가 이혼을 결심하기 전 크리스마스이브부터 크리스마스 다음 날까지 3일간의 일을 그렸다.
그런 까닭에 이혼 후, 파파라치를 피해 달아나다 유명을 달리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어찌 보면, 다이애나를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부분이 바로 그 지점인데 영화에 담기지 않은 점은 아쉽지만, 고인을 위해 비극적인 일을 직접 다루지 않으려는 배려로 보인다.
또, 100% 사실만 다룬 게 아니라 세간에 떠도는 소문과 영화적 상상력을 보탰다.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크리스마스이브 여왕부터 증손자까지 로열패밀리 모두 별장에 모여 2박 3일 동안 파티를 즐기는데, 3일 동안 잘 먹었는지 체크하기 위해 한 명도 예외 없이 별장에 도착 직후 그리고 떠나기 직전 몸무게를 재야 한다.
30대 초반인 다이애나 입장에선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지만, 별장 집사(티모시 스폴 분)는 엘리자베스 여왕(스텔라 고넷 분)도 몸무게를 쟀으니 거절하지 말라며 강압적으로 그녀의 몸무게를 잰다.
다이애나는 이런 전통이 생기게 된 이유가 단지 ‘재미’를 위해서 시작된 것이라는 사실에 반감을 드러낸다.
그나마 자신이 마음을 터놓고 대화를 나누는 전담 코디 매기(샐리 호킨스 분)가 별장으로 오자 마음의 안정을 찾기 시작한다.
하지만, 식사할 때 그리고 디저트 먹을 때 등 뭐만 하면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데다 섭식장애가 있음에도 별장을 떠날 때 몸무게가 늘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그녀는 힘들어한다.
게다가 옷 갈아입을 때 커튼을 치지 않아 혹시라도 파파라치에게 사진이라도 찍혔으면 큰일이라는 이유로 다음 날 매기가 다른 곳으로 가게 되자 그녀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한다.
그뿐만 아니라, 역시 전통이라는 이유로 재미로 꿩사냥을 하는 남편도 싫은데, 남편이 아직 어린 큰아들 윌리엄(잭 날렌 분) 왕세손에게 사냥을 가르치자 분노한 그녀는 사냥터에 난입해 두 아들을 데리고 그곳을 떠난다.
영화 <스펜서>는 ‘왕세자빈’이 아닌 KFC 치킨도 먹으며 평범하게 살고 싶었던 스펜서 가문의 셋째 딸 다이애나 스펜서의 인간적 면모를 다룬 까닭에 제목 역시 왕세자빈 ‘다이애나’가 아닌 그녀의 성을 따 ‘스펜서’로 제목을 지었다.
물론 영화적 상상력이 가미되어 있으나, 다이애나가 진정으로 원했던 게 무엇인지 충분히 잘 보여주는 영화 <스펜서>는 오는 16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