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만 생각하던 대통령의 최후
교수나 기자, 과학자는 늘 사실에 근거해서 이야기해야 한다. 또 이들이 팩트를 가지고 얘기할 땐 의심 없이 그 말을 믿어줘야 한다.
확실한 근거를 바탕으로 얘기하는데도 이를 귀담아듣지 않으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모른다.
늘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고, 사실에 근거한 이야기만 하는 이들 직업군이 얘기할 땐 정치적 판단은 접어두는 게 좋다.
선거를 앞두고 우리 당에 유리할까 불리할까를 기준으로 삼으면 국민이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8일 개봉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돈 룩 업>은 이를 매우 잘 보여준다.
미시간대에서 천문학을 연구하는 랜들 민디(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 교수는 박사수료생인 케이트(제니퍼 로렌스 분)가 발견한 혜성이 지구로 향하고 있음을 알고 긴장한다.
몇 번을 계산해도 에베레스트만한 혜성이 6개월 후면 지구에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그는 다른 연구진과 이 같은 사실을 공유하고, NASA에서 일하는 오글소프(롭 모건 분) 박사도 데이터를 보고 긴장한다.
오글소프 박사는 당장 민디 교수와 케이트를 대통령(메릴 스트립 분)과 만나도록 주선한다.
하지만 대통령은 생일 파티하느라 이들과 만날 생각도 안 하고, 결국 내일 다시 오라고 말한다.
하루가 소중한데 이게 뭐람 싶지만 어쩔 수 없이 민디 교수와 케이트는 다음 날 다시 백악관으로 간다.
두 사람을 만난 대통령은 보고를 받고 대뜸 더 좋은 대학에 근무하는 교수들에게 먼저 물어 볼테니 그냥 가라고 한다.
아니 6개월 후면 지구가 멸망할 게 뻔한데, 당장 대책을 세우지는 못할망정 이게 뭔가 싶어 오글소프 박사의 제안으로 케이트가 기자인 남자친구에게 이 사실을 흘린다.
이에 케이트 남자친구가 다니는 신문사는 팩트 체크를 통해 이들의 주장이 사실임을 확인한 후, 더 큰 파급력을 위해 일단 TV 시사프로그램 출연을 주선한다.
두 사람의 주장을 들은 뉴스 진행자는 “그래서 내 전 부인의 집이 망가질 정도의 위력이냐?”고 묻는 등 끝까지 가볍게 응대한다.
에베레스트만한 혜성이 지구에 충돌하면 1.5Km에 달하는 스나미가 발생할 거고, 지구상에 모든 사람이 죽을 텐데 대통령도, 뉴스 진행자도 속이 터지는 소리만 하고 있자 케이트는 끝내 화를 참지 못하고 분노를 표출한다.
덕분에 그녀는 ‘국민 미친X’으로 등극한다. 반면, 민디 교수는 ‘가장 섹시한 과학자’로 꼽히며 SNS에 화제가 된다.
결국 백악관은 두 사람을 불러 대책을 묻는다. 당장 미사일을 쏴서 혜성의 방향을 틀어야 된다고 조언하지만, 대통령은 당장 3주 후에 있을 국회의원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까봐 그 걱정뿐이다.
심지어 민디 교수와 케이트의 주도로 SNS에서 ‘하늘을 보라’(Look Up)라는 운동이 확산되자,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들은 저들이 국민에게 겁을 줘 자유를 억압하려 든다며 ‘고개를 들지 마라’(Don’t Look Up)라는 운동으로 맞불을 놓는다.
영화 <돈 룩 업>은 뉴스의 연성화와 정치적 판단이 개입하면 안 되는 사안에까지 정치적 판단을 앞세우는 정치인의 태도 등을 재치있게 비꼰다.
또 지구로 향하는 혜성에 휴대폰을 만들 때 필요한 희귀 광물이 어마어마하게 매장되어 있음을 알게 된 휴대폰 제조사 CEO는 혜성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거라며 폭발시키지 말고, 잘게 쪼개서 지구로 떨어지게 하자는 주장을 한다.
일류의 멸망을 눈앞에 둔 순간에도 기업의 이익만 좇는 기업인의 모습은 딱히 누구라고 특정할 수는 없지만, 가장 현실에 가까운 캐릭터처럼 보인다.
그만큼 많은 기업의 총수들이 사회에 기여 할 생각을 하기보다는 기업과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모습을 많이 봐 왔기 때문이리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돈 룩 업>은 오는 24일 넷플릭스 공개를 앞두고, 오늘(8일) 일부 극장에서 개봉했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