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군인이 도어맨 되면 생기는 일
루마니아 주재 미국대사관에서 근무하던 알리 중사는 자신이 경호하던 대사와 가족이 괴한의 습격으로 사망하자 트라우마로 고생한다.
본국으로 귀국한 그녀는 자신이 탄 택시의 기사가 아랍인인 걸 뒤늦게 알고는 힘들어할 정도로 아직은 테러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 그녀가 안타까워 팻 삼촌은 뉴욕에 위치한 ‘더 캐링턴’이라는 오래된 아파트의 도어맨으로 일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한다.
금주법이 존재하던 시대에도 있었으니 족히 100년은 된 이 아파트는 현재 대규모 리모델링이 진행 중이라 거주 중인 사람도 몇 없는데다 마침 부활절 연휴를 맞아 다들 가족들과 어디론가 떠난 집이 많아 말이 도어맨이지 할 일도 별로 없어 알리는 이를 수락한다.
하지만 출근 첫날 그녀는 남편이 뇌졸중에 걸려 집에 남은 허쉬 부인과 대화를 나누다 언니 가족이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몇 년 전 언니를 먼저 떠나보낸 알리는 그동안 언니 가족들과 연락도 안 하고 살았지만, 그래도 몰랐으면 몰랐어도 이렇게 알게 된 이상 형부와 조카들이 살고 있는 집으로 가 본다.
형부와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마침 그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가 집을 뛰쳐나가자 그녀는 조카들과 함께 고양이를 찾아 나선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이 아파트의 비밀 통로 등 구조를 익히게 된다.
고양이를 찾으러 다니는 도중에 알리의 이름을 듣고는 릴리(키라 로드 카시디 분)는 엄마가 자주 얘기하던 알리 이모임을 눈치채고 부활절 식사에 초대한다.
결혼 전 형부와 단둘이 다정하게 찍었던 사진이 있는 걸로 봐서 언니와 삼각관계였던 걸로 생각되는데, 언니가 죽고 나서 과거 서로 좋아했던 사람과 함께 식사를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어린 조카의 초대를 단번에 거절할 수 없어 그녀는 수락한다.
도어맨 유니폼 대신 예쁜 옷을 골라 꽃단장하고 형부 가족들과 식사를 하기 위해 10C호로 향한다.
한편, 두 가정밖에 남지 않은 사실상 텅 빈 것이나 마찬가지인 더 캐링턴에 불청객이 찾아온다.
빅터 뒤브아(장 르노 분)와 졸개들은 1층에 사는 허쉬 부부의 집으로 쳐들어간다. 빅터는 뇌졸중 환자인 버나드에게 ‘에릭’이라고 부르며, 그가 할 줄도 모르는 독일어로 대체 그림을 어디에 숨겼는지 묻는다.
못 들은 척하던 버나드는 어쩔 수 없이 벽 안에 숨겼다고 실토한다. 하지만 벽이란 벽을 다 깨부숴도 그림이 안 나오자 아니 30년이나 이 집에 살았다며 대체 어디에 숨겼냐며 다그친다.
이에 버나드의 부인은 남편이 뇌졸중을 앓으면서 7년 전 1층으로 이사 왔다며, 그 전엔 10C호실에 살았다고 말한다.
빅터 일당은 곧장 릴리의 집으로 쳐들어간다. 막무가내로 집을 때려 부수자 릴리와 아빠(루퍼트 에반스 분)는 겁에 질려 소파에 앉아 옴짝달싹 못한다.
방에 있다가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맥스(줄리안 페더 분)는 비밀통로를 통해 집 밖으로 빠져나간다.
하지만 놈들이 통신을 차단한 까닭에 경찰에 신고할 수도 없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던 맥스는 이모와 만나게 되고, 상황을 전해 들은 알리는 혼자서 놈들을 처치하기 시작한다.
영화 <에어포스 원>이 공중납치 된 비행기에서 대통령 혼자 악당들과 맞서 싸우는 내용이라면, <도어맨>은 텅 빈 아파트에서 도어맨 혼자 악당들과 맞서 싸우는 내용이라 할 수 있다.
극 중에서 왜 여자(woman)가 ‘도어맨’(doorman)을 하냐며 성차별을 겪기도 하지만, 알리는 여자가 아닌 전직 군인답게 악당들을 제압한다.
상대방이 무기를 소지한 것은 아무런 상관이 없을 정도로 ‘깡’도 있고, 단숨에 상대를 제압하는 ‘힘’도 있다.
이런 강인한 그녀의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쾌감을 선사한다.
여성 서사가 돋보이는 영화 <도어맨>은 오는 16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