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치유해 가는 과정 그려
중학생 춘희(박혜진 분)는 사고로 부모를 잃고 외삼촌네 집으로 온다. 춘희가 어느 방을 쓸지를 두고 외삼촌과 외숙모는 티격태격한다.
춘희 입장에선 과거 자기 엄마가 태어난 집이기도 하고, 외할머니도 같이 살고 있는 집인데 너무 자신을 짐처럼 대하는 외삼촌 가족의 태도가 영 마음에 안 들지만, 부모 잃은 고아(孤兒)인데다 다한증 때문에 평소 사람들 앞에서 제대로 말도 못하는 성격이라 자기 의사는 말해 보지도 못한 채 다락방에서 지내게 된다.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된 춘희(강진아 분)는 고2 때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후부터 외삼촌 가족과 떨어져 계속 그 집에서 혼자 살고 있다.
워낙에 손에 땀이 많아 어떤 일을 하려고 해도 자신감도 떨어지고, 불편한 춘희는 외삼촌의 아들(임호준 분)이 운영하는 식당에 매일 마늘을 까서 갖다주고 일당을 받아 생활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벼락을 맞게 되고 예전 자신의 어릴 적 자아와 마주하게 된다.
영화 <태어나길 잘했어>는 다한증 때문에 소심한 춘희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다. 수업 시간에 친구들을 무용 시험을 보려고 해도 손에 땀이 많아 파트너를 구하기 힘들고, 좋아하는 남자와 데이트 할 때 손을 잡고 싶어도 땀 때문에 신경쓰여 그럴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또래의 사촌은 온 집안에 땀 좀 묻히지 말라며 더럽다고 타박하니 춘희는 더더욱 주눅 들게 된다.
그래서 사촌오빠의 가게에 깐 마늘을 납품하며 모은 돈으로 다한증 치료를 위한 수술을 하려고 했으나, 우연히 나간 자조모임에서 사기를 당해 그 돈을 홀랑 날려 먹는다.
게다가 외삼촌 가족은 고2 때 외할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춘희만 남기고 이사를 갔다. 원래 자기 엄마가 태어난 집이기도 하고, 평소 외삼촌이 나중에 이 집은 너한테 줄 것이라고 말했던 터라 춘희는 홀로 집을 지켰다.
하지만 10년 넘게 홀로 지켜온 그 집을 외삼촌 부부가 상의도 없이 홀랑 매물로 내놔 이제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될 위기에 맞닥뜨린다.
이런 춘희의 모습은 참으로 기구해 보인다. 하지만 춘희는 어린 시절 자기와 대면하면서 스스로 상처를 치유해 나간다.
이에 대해 감독은 지난 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영화에 대해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별로 없는 인물이 거울과 같은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며 한 걸음씩 밖으로 나오는 성장 이야기”라며 “한 사회학자가 공포에 직면해야 공포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춘희에게 공포는 십 대의 자아라 꼭 만나게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 <태어나길 잘했어>는 오는 14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