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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영화 공기살인 스틸컷

퀴즈를 하나 내 보겠다. 봄이면 사람들이 이유 없이 죽지만, 여름부터 겨울까진 그런 일이 안 생긴다. 왜 그럴까?

영화 <공기살인>은 2011년 벌어진 일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의사인 정태훈(김상경 분)의 아들 민우가 수영 도중 갑자기 쓰러져 수술을 받게 된다. 태훈은 아내 길주(서영희 분)에게 민우가 급성 간질성 폐질환으로 의심된다고 말한다.

민우 엄마는 옷이랑 이것저것 챙겨오려고 집에 들른다. 민우의 소식을 못 들은 이모 영주(이선빈 분)가 민우에게 줄 선물을 챙겨 집에 갔다가 언니가 죽어있는 걸 발견한다.

불과 5개월 전 태훈의 병원에서 둘이 건강검진 받았을 때 아무 이상이 없었는데, 어떻게 갑자기 폐의 2/3가 굳었을 수 있냐는 영주의 말에 태훈은 아내의 정확한 사인(死因)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한다.

부검에 참여한 태훈과 동료 의사들은 도저히 길주의 폐 상태를 보고 컨퍼런스를 개최한다. 이 과정에서 과거 다른 병원 소아청소년과 오종혁 교수가 유사한 일을 보고한 적이 있음을 알게 돼 그를 찾는다.

오 교수는 태훈에게 봄에만 증상이 나타나 역학조사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이에 태훈은 처제인 영주와 함께 급성 폐질환 판정을 받은 환자와 유족들을 찾아다니며 설문조사를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태훈은 자신들이 찾아다닌 사람들 집마다 똑같은 가습기 살균제가 있다는 공통점을 발견한다.

이에 그는 질병관리청에 의뢰해 길주와 민우가 같이 쓰던 방에서 동물실험을 한다. 그 결과 가습기에서 다량의 PHMG가 검출 돼 실험 2주만에 폐질환으로 실험용 쥐 모두 사망하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진다.

태훈은 ‘아이깔끔이’라는 가습기 살균제가 담배보다 더 해롭다는 연구결과를 언론에 알리고, 사회적으로 주목을 끈다.

하지만 이미 제품출시 전부터 이런 일을 예견했던 거대기업인 ‘오투’는 전방위적 로비를 통해 이슈를 차단하려 든다.

이 과정에서 영주는 자의 반, 타의 반 검사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영주는 글로벌 기업인 오투를 혼자 상대하긴 버거워 자신이 존경하는 전직 지검장 정경한(송영규 분)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지만 거절당한다.

이에 영주는 공동변호사 없이 홀로 피해자들을 모으기 시작한다. 하지만, 계란으로 바위 치기인 이 싸움의 진행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그러던 중 한 미국인이 자기 아내와 아이가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죽었다며 소송에 동참할 의사를 밝히자, 자칫 미국에서 소송이 진행되면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오투는 서둘러 재판을 진행시킨다.

드디어 열리게 된 재판에 경한이 오투 공동변호사로 참여한다.

그는 재판에 앞서 외부 연구진에게 독성 실험을 의뢰할테니 변론기일을 연기해 달라며, 최근 50억 원의 기금을 마련해 피해자들과 무조건적인 합의를 시작했다고 말한다.

결국 재판부는 오투의 요청을 받아들인다.

오투의 의뢰로 가습기 살균제 독성실험을 진행한 추성모 교수는 오투 측에 독성이 검출됐다며 나쁜 기업이라고 맹비난한다.

이에 오투 측은 추 교수에게 다시 실험을 해 보라며, 향후 5년 동안 자기 회사의 모든 연구를 독점계약 해 주겠다며 회유한다.

이와 더불어 오투 측은 태훈에게 아들과 꼭 맞는 폐를 찾았다며, 추 교수의 (조작된) 실험에 참관인으로 참여해 달라고 회유한다.

결국 추 교수는 법정에서 ‘학자적 양심’을 걸고, 아이깔끔이 때문에 죽은 게 아니라고 증언한다. 게다가 처음 이 문제를 제기한 사람이자 유가족인 태훈이 실험 참관을 한 만큼 객관성도 충분하다고 말한다.

이 일로 재판은 한쪽으로 기울게 되고, 오투 한국지사 대표(장혁진 분)는 아시아 총괄 대표로 영전한다. 또, 이번 일의 TF팀장을 맡았던 서우식(윤경호 분)는 오투 한국지사 대표가 된다.

영화 <공기살인>은 아직 끝나지 않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을 다루고 있다. 최근 조정위에서 애경과 옥시 등 9개 업체에 피해자들에게 최소 7,795억 원에서 최대 9,240억 원의 지원금을 지급할 것을 제시했다.

하지만 총액의 60%를 부담해야 하는 애경과 옥시는 이 조정안을 거부했다.

영화에 따르면 피해자는 총 95만 명으로, 그중 2만 명이 사망했으며 1991년부터 2011년까지 팔린 1천만 병의 가습기 살균제가 팔렸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기업들은 사람의 생명을 빼앗으면서까지 돈을 벌어놓고 책임은지지 않으려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용선 감독은 지난 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액수보다 진정한 사과가 우선”이라고 강조하면서, 결말을 실제와 다르게 한 이유는 우리가 지켜보고 있다는 걸 얘기하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또 피해상황이 방대해서 다 담지 못했고, 자칫 가해기업에 빌미를 줄까 싶어 제3자의 눈으로 바라보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영화 <공기살인>은 이달 22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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