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체면을 위해 연쇄살인마를 감추다
영화 <쓰리: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고려인 4세 박루슬란 감독이 연출한 카자흐스탄과 한국 합작 영화다.
감독이 어린 시절 겪었던 일에 대해 30년 후 우연히 진실을 알게 된 후, 이를 알리기 위해 제작한 영화로 한국인 스태프들과 카자흐스탄에 가서 그곳 배우들을 캐스팅 해 제작했다.
이에 박 감독은 1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영화를 관객들이 외국에서 올로케이션으로 제작한 한국영화로 봐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1979년 소비에트연방(소련) 카자흐스탄의 한 경찰서에 수습 수사관 셰르가 합류한다. 그는 마을에서 일어난 연쇄살인 사건을 조사한다.
그는 피해자들이 공통적으로 사이비 이단 교도라는 점과 여성이라는 점 그리고 목이 잘린 채 죽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수사 과정에서 그는 다치기도 하고, 퇴근한 지 2시간밖에 안 됐는데 밤늦게 다시 사무실에 불려 나가기도 한다.
일찍이 부모를 여의도 셰르를 자식처럼 생각하며 자기 인생을 다 바쳐 온 그의 누나는 이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안타깝고, 경찰 조직에 화가 나서 그의 상사와 대판 싸운다.
누나의 이런 태도에 셰르는 자신이 애도 아니고, 언제 누나 인생을 포기하면서까지 챙겨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이게 뭔가 싶어 누나에게 한소리한다.
그 길로 누나는 집을 나가고, 다음 날 누나가 출근도 하지 않았다는 걸 알고는 셰르는 행여 누나가 연쇄살인마에게 당한 게 아닐까 싶어 걱정한다.
이에 그는 개인적 감정을 앞세워 연쇄살인마 잡기에 혈안이 되고, 그런 그의 태도를 보며 다들 걱정한다.
결국 연쇄살인마가 잡혔으나, 소련 정부는 적국에 우리나라는 연쇄살인마가 거리를 활보하는 나라라고 광고할 일 있냐며 셰르를 제외한 수사팀 모두를 해고하고, 연쇄살인마는 감옥이 아닌 정신병원에 가둔다.
이에 대해 감독은 꼭 이런 일이 소련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닐 것이라며, 국가를 비판하려는 의도를 담은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보면 국가가 국민의 안전보다 국가의 체면을 더 우선하는 태도가 눈에 확 들어온다.
감독은 이 작품의 기획의도에 대해 당시 정신병원에 갇힌 연쇄살인마가 4번이나 탈출했고, 그 과정에서 감독이 사는 동네로 왔던 적이 있어 학교에서 마을에 연쇄살인마가 있으니 조심하라고 주의를 줬는데 30년이 지나서 우연히 당시의 상황을 알게 된 후 충격을 받아 시나리오를 썼다고 한다.
그런 만큼 아무리 국가를 비난하려는 의도가 없다고 말을 하더라도, 국가가 체면을 위해 범죄를 은폐하려 한 것이 충격으로 다가와 영화화 했다고 볼 수 있다.
영화 <쓰리: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오는 21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