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어때야 하나?
다큐멘터리 영화 <위대한 계약: 파주, 책, 도시>는 우리가 잘 아는 파주출판도시의 탄생 과정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는 파주출판도시의 여러 장소와 행사 스케치로 시작해, 처음 이곳을 기획한 원로 출판인들이 인터뷰를 통해 왜 파주출판도시를 만들게 됐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 출판인들이 책을 통해 국민들의 의식 고취에 앞장서자 이로 인해 정권에 의해 탄압을 받게 됐고, 이에 출판인들이 힘을 모아 우수도서 선정과 출판도시 추진으로 힘을 키우려 했다고 한다.
외국을 다니며 출판도시 건설의 로드맵을 그린 이들은 일산에 출판도시 건설을 하기 위해 토지를 매입하려 했는데, 평당 15~20만원에 사들인 땅을 토지공사에서 평당 400만원을 요구해 포기하고 다시 부지를 찾던 중 파주 심학산 아래 부지를 발견했다고 한다.
하지만 인근에 부대가 있어 땅 매입과 파주출판도시 건설이 쉽지 않아 김영삼 대통령 취임 후, 군 개혁 분위기에 편승해 대통령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
이에 대통령 지시사항으로 군사지역 해제는 물론 정부에 추진단이 꾸려지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집행부는 사비를 털어 외국에 건축기행을 다니며 어떤 식으로 도시를 건설할지 연구하기 시작했고, 부지 내에 있는 갈대숲과 습지를 그대로 살리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이곳에 입주를 희망하는 출판사들에게 도시의 콘셉트 유지를 위해 층고 제한과 건축 소재와 디자인 제한은 물론 구역별로 지정된 건축가에게만 일을 맡길 수 있도록 하는 ‘위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위대한 계약’에 참여한 건축가들은 공동성을 구축한다는 대전제하에 저렴한 비용으로 건축을 해줬다.
2003년까지 입주해야 세제 혜택이 있어서 이 시기에 많이 입주 했으나, 허허벌판에 아무 것도 없자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어린이 책마당’이라는 행사를 개최했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출판사들이 간과한 것이 있었으니 거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도 멀게 느껴지고 교통도 불편해 절반 정도의 숙련된 편집자를 잃었고, 무조건 최소 200평 이상의 대지를 사느라 재정적으로 어려워진 출판사도 많이 생겼고, 인쇄소랑 출판사가 지근거리에 있으면 좋을 줄 알았으나 일하는 양태가 달라 ‘파주출판도시’가 아닌 ‘산업단지’처럼 변해 버렸다.
공장들이 모인 ‘산업단지’인 까닭에 주택은커녕 기숙사도 지을 수 없어서 ‘도시’라는 말이 무색해졌다.
이에 2단계 건설 때 활자와 영상을 결합하기로 하고, 영화계를 입주시키기로 계획한다. 출판인들과 영화인들은 ‘선한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고도제한을 두고 일부 업체가 소송을 벌이면서 아직도 상처가 남게 됐다.
게다가 파주의 다른 하천에서 발생한 오수를 파주출판도시에 처리하면서 악취가 풍기는 등 생태계가 파괴됐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 일하거나 사는 주민들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이곳이 좋다고 말한다.
영화를 공동 연출한 김종신 감독은 1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아직도 주거 문제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다운 감독은 많은 이들이 출퇴근 하기 힘들어서 아예 회사가 다시 마포로 이전하는 등 출판도시의 기능에 문제 제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노력하고 있기에 여저히 살아있는 느낌을 주는 곳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높은 하늘과 샛강이 흐르고, 새가 날아다니는 곳이기에 생태도시라는 원래의 의도는 성공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시는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게 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위대한 계약: 파주, 책, 도시>는 이달 21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