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남편을 살해했어요
무더운 여름 밤, 에어컨 수리기사 인 왕쉐밍(펑위엔 분)은 운전 중 한 남자를 차로 치고 버려둔 채 자리를 떠난다.
자신이 저지른 살인을 경찰서에서 가서 자백하려 하나 하지 못한다. 죄책감에 잠도 잘 못 자는 생활을 이어나가다 우연히 실종된 자신의 남편을 찾는 후이팡(실비아 창 분)을 만나 접근한다.
당신의 남편을 살해했다고 자신의 범죄 사실을 밝히려 하지만 밝히지 못하고 오히려 후이팡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두 사람은 가까워진다.
영화 <열대왕사>는 제74회 칸영화제와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었으며, 빛과 어둠, 붉은색과 녹색 등 색채를 통해 드러낸 세련되고 감각적인 표현은 내면을 잘 보여준다. 특히, 90년대 홍콩 느와르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은 불안한 모습을 대변하며 그 시대의 감성을 느끼게 한다.
우연히 저지른 살인에 죄책감을 느끼고 들킬까 두려워 잠도 못 자는 심리는 흔들리는 화면처럼 아슬아슬하다.
우연히 그의 부인을 만나고 남편을 죽였다는 고백하려고 기회를 보지면 엉뚱하게 부인의 속마음을 들어주게 된다.
몰래 뒤를 밟아 보지만 상실감에 생을 마감하려는 후이팡을 몰래 구해주기도 한다. 죄책감과 외로움, 두려움이 섞여 열애야 만큼이나 불편한 심리를 잘 드러낸다.
또, 감옥에서 긴 시간 동안 기억의 혼돈이 있듯이 영화도 혼란스럽다. 실제 그의 기억이 흐릿한 것을 표현하며 관객에게 주인공 왕쉐밍과 같이 생각하며 같은 것을 느끼게 한다.
영화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 오늘 밤 혼자 외롭나요? <Are You Lonesome Tonight?>은 이 영화 <열대왕사>의 영어 제목으로 잠 못 드는 열대야처럼 찐득한 외로움과 함께 영화 곳곳에 깔려있다. 음악을 통해 외로움을 극대화하며 관객의 뇌리에 박혀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다.
파블로프의 개처럼 이 음악이 들리면 이제는 열대왕사의 한 장면을 생각나게 할 정도로 화면만큼이나 강렬하게 남는다.
또한, 왕쉐밍 역의 대만 배우 펑위옌은 흔들리는 눈빛만으로도 혼란스러운 마음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안쓰러울 정도로 마른 몸은 왕쉐밍이라는 역할을 위해 일부러 감량했다고 한다. 마르고 위태로운 모습이 더욱 몰입감 있게 영화에 빠져들게 한다.
살인자의 죄책감과 인간의 외로움, 그리고 사람에게 받는 구원까지 영화는 인생에서 마주칠 수 있는 다양한 감정을 풀어내며 관객에게 묵직한 서스펜스를 제공한다.
영화 <열대왕사>는 오는 21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