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위해 집 나온 여자, 살기 위해 집 짓다
어린 두 딸과 행복한 일상을 보내던 산드라(클레어 던 분)는 남편(이안 로이드 앤더슨 분)의 의처증과 가정폭력에 못 이겨 결국 두 딸을 데리고 무작정 집에서 나온다.
아이 학교가 멀어져서 1주일에 기름값으로 30유로(한화 4만원 정도)가 나가는 것이 부담돼 이런저런 일을 하며 돈은 벌고 있지만, 정작 집이 없어 고민이다.
결국 산드라는 며칠 동안 남편에게 애들을 맡긴다. 산드라의 사연을 접한 페기(해리엇 윌터 분)는 자기 집 마당 일부를 산드라에게 선물한다.
산드라는 인터넷에서 구한 설계도를 보고 직접 집을 지으려 하지만, 인부 구하기가 쉽지 않다.
어렵사리 일손을 구한 산드라는 집을 짓기 시작하지만, 애들 아빠나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비밀에 부친다.
한편, 애들 아빠는 자기가 변했다며 다시 함께 살자고 산드라에게 수시로 어필한다. 그러나 과거 그에게 구타당한 트라우마 때문에 재결합할 생각이 없다.
그런 가운데 집 짓기가 진척될수록 더 많은 일손이 필요해진다. 다행히 주위에서 하나, 둘 힘을 보탠다.
매주 주말마다 사람들과 모여 집 짓기를 하던 산드라는 실수로 큰딸 에마(루비 로즈 오하라 분)를 다치게 한다.
산드라는 아빠를 만나러 가는 에마에게 ‘하얀 거짓말’은 나쁜 게 아니라며, 아빠에게 호텔에서 놀다가 다쳤다고 말하라고 시킨다.
한편, 둘째 몰리(몰리 맥칸 분)는 과거 엄마가 아빠한테 맞는 걸 본 트라우마 때문에 아빠랑 만나기를 거부한다. 매번 아프다며 자기를 만나려 하지 않는 몰리 때문에 화난 몰리 아빠는 산드라에게 크게 화를 낸다.
결국 산드라의 남편은 그녀에게 면접 불이행을 이유로 소송을 건다. 아이들을 빼앗길까 싶어 산드라는 집은 지어서 무엇하나 자괴감에 빠진다.
재판과정에서 에마가 집 정원에서 다친 일은 물론, 거주지가 없다며 시에서 보조금을 받은 산드라가 사실은 페기의 집 정원에 집을 짓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산드라에게 불리한 분위기가 조성된다.
이에 산드라는 판사에게 몰리가 과거 남편에게 맞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겁에 질려 오줌까지 쌌다는 얘기를 하며, 가정폭력 피해자인 자신에게 “왜 (하루라도) 빨리 (남편에게서) 도망가지 않았느냐?”고 물으며 가해자인 남편과 한 법정에 같이 있게 두는 게 맞느냐며 따진다.
이에 판사는 산드라에게 그래도 잘못한 건 잘못한 것이라며, 일단 양육권은 그대로 산드라에게 준다.
집을 거의 다 지은 어느 날 밤, 산드라와 사람들이 모여서 자축의 시간을 갖는다.
하지만, 그들이 공들여 지은 산드라의 새 집에 불이 난다. 다행히 방화범은 잡혔으나 산드라는 실의에 빠진다.
그리고 두 딸을 보며 다시 힘을 얻는다.
영화 <허셀프>는 남편의 가정폭력에서 벗어나 두 자녀와 안전하게 살기 위해 ‘셀프 집 짓기’에 나선 여성의 모습을 통해 가정폭력 피해자를 위한 사회안전망에 대해 생각게 한다. 오는 12일 개봉.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