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사건으로 드러난 학대의 기억
영화 <퍼스트 러브>는 간토에 있는 예술대학교 유화과에서 유명 화가가 살해당하면서 시작한다.
아나운서 면접을 본 직후 범행을 저지른 딸 칸나가 피고인으로 구속기소 된다. 칸나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은 인정했으나 동기는 직접 찾으라고 했다는 내용이 방송을 타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다.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사람들은 그녀를 사이코패스라고 단정 짓는다.
한편, 평범한 가족이 되고 싶다는 라디오 청취자의 사연에 상담심리사인 유키는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부모는 본인에게 문제가 없고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어려운 점이라는 이야기를 하며 상담의 고충을 토로한다.
유키는 <공감과 마음의 어둠, 트라우마의 이면>이라는 책을 쓴 저자로, 칸나를 취재해 다음 책을 쓰려고 한다.
칸나가 그런 행동을 하게 된 진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사건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바꾸고 싶다는 유키는 칸나의 담당 변호사인 카쇼를 만난다.
카쇼는 남편의 동생으로 유키의 표정과 행동으로 껄그러운 사람이란 것을 짐작케 한다. 직접 만난 두 사람의 대화는 묘하게 불편하다.
칸나와 인터뷰를 시작한 유키는 쉽사리 칸나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오히려 칸나에게 휩쓸린다.
유키는 칸나를 인터뷰하면서 자신의 과거 속 불편한 기억을 떠올리게 되고, 칸나의 살인 동기를 추적하면 할수록 칸나의 충격적인 과거가 드러난다.
영화 <퍼스트 러브>는 아버지를 죽인 여대생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로 희대의 문제작이라 불린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잘 짜여진 플롯은 관객을 미스터리 심리극 속으로 안내하며, 숨겨진 진실에 다가가게 한다.
극 중 상담심리사인 유키의 저서 <공감과 마음의 어둠, 트라우마의 이면>은 그 제목에서 영화의 흐름을 이야기해준다.
살인자 칸나와 유키의 공감을 통해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았던 어둠을 직면하고 유년기에 겪은 일에 대한 기억을 파헤친다.
영화는 살인이라는 사건을 중심으로 인간의 깊은 곳에 감추고 싶었던 이유를 드러낸다.
첫사랑의 기억이 사실은 학대의 기억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난다. 특히, 아버지가 딸에게 가한 학대는 가정이라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오히려 자신의 잘못이라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줬다.
아동이 받은 충격은 성인이 되어서도 그 흔적을 남기며, 그릇된 인식은 살인이라는 결과까지 가져오게 된다.
칸나가 아니더라도 유키가 받았던 유년기의 충격도 어떤 형태로든 삶에 영향을 미친다. 살인이라는 큰 사건으로나 혹은 두려움이라는 작은 사건으로든 삶에 있어서 그 흔적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어릴 적 겪은 일들이 트라우마가 되어 현재의 삶에 영향을 미치며 마음속 한 구석에는 해결되지 않은 정신적 문제로 남는다.
하지만, 주인공들은 감추고 있던 과거의 상처를 대면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통해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영화를 보면 안타까운 장면들이 있다. 칸나와 유키의 어머니라는 존재다. 어머니는 자식을 보호해야 하는 존재임에도 자신이 받은 상처만 생각해 고스란히 자식에게 같은 상처를 주기 때문이다.
영화는 인간이 가진 비참하고 처절한 내면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더불어 가정의 중요성과 부모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서로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것 또한 사람이라는 것이 의미있게 다가오는 영화 <퍼스트 러브>는 오는 16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