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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앞에 국가는 어때야 하나?

영화 비상선언 스틸컷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은 정당화될 수 있을까? 예컨대, 인천공항에 입국하기 들어오는 비행기 안에 탄 탑승객 다수가 치명적 바이러스에 걸렸다면 확산을 막기 위해 이들의 입국을 불허하는 게 맞을까?

영화 <비상선언>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지금의 우리에게 매우 필요한 영화다.

공항에서 어떤 남성 한 명이 체크인 카운터로 가 무턱대고 제일 많은 승객이 타는 항공편이 뭐냐고 물으며 영화는 시작된다.

그러더니 그는 대뜸 어린 딸과 온 어느 남성에게 다가가 왜 엄마는 같이 안 왔냐? 이혼했냐? 어디로 가냐? 질문을 쏟아낸다.

조금 전 그가 화장실에서 수상한 행동을 하는 걸 목격한 소녀는 겁에 질리고, 이에 아이 아빠가 그를 경계한다.

하지만 비행기 안에서 또 그 남자(임시완 분)와 만나자 아이 아빠(이병헌 분)는 긴장한다.

비행기 공포증이 있어 술을 진창 마신 후 자다가 깬 아이 아빠는 옆 승객이 보던 ‘비행기 테러 예고 영상’을 보고 영상 속 남자가 조금 전 자기랑 딸에게 집적대던 남자랑 동일인이라고 생각해 사무장(김소진 분)에게 알린다.

이에 사무장이 남자에게 가서 신분 확인을 요구하자 남자는 거대 제약회사에 근무하는 생물학 박사라며 명함을 건넨다.

조금 전 아이에게 비행기에 탄 사람을 다 죽이겠다고 말한 적도 없다고 발뼘하니 일단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간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 아빠의 우려는 현실이 된다. 남자가 화장실에 들어갔다 나온 후, 곧바로 들어간 한 남성이 피를 토하며 죽는다.

생물학 박사라는 남자가 화장실에 바이러스를 퍼트렸기 때문.

이에 비행기는 아수라장이 되고, 기내에서 이를 승객들이 촬영해 기내 와이파이를 이용해 SNS에 올리자 언론이 이를 보도한다.

언론보다 먼저 사실을 인지한 정부가 매뉴얼에 따라 기자회견을 하려 했으나, 청와대 위기관리센터 박태수(박해준 분) 실장이 이를 만류한 상황에서 먼저 뉴스가 나가자 국토부 김숙희(전도연 분) 장관은 현재 상황을 언론에 소상히 알린 후, 어떻게든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나선다.

이 과정에서 서두에 기자가 던진 질문이 관객들에게 던져진다. 하와이로 가던 비행기가 다른 비행기보다 우선적으로 비상착륙을 위해 ‘비상선언’을 하지만, 미국도 일본도 심지어 우리 정부도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착륙을 불허한다.

급기야 행여 ‘우리 국민들’이 ‘우리나라’로 돌아올까 싶어 다수의 국민들이 공항으로 몰려와 이들의 착륙을 방해한다.

이쯤에서 다시 한번 서두에 했던 질문을 해보겠다. 만약 이 같은 상황이라면 지금 이 기사를 읽고 있는 당신은 착륙을 반대할 것인가? 찬성할 것인가?

한쪽에선 절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위해 소수의 희생은 감수해야 한다는 이도 있을 것이고, 다른 편에서 생각해 보면 감염자들도 우리 국민이니 일단 우리나라로 돌아 와 치료를 받게 해야 한다고 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둘 다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국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다.

아무리 기내에서 급속도로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도, 그들 역시 국가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영화는 이 지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 제작되었으나, 공교롭게 지금 시점에 개봉하게 됐는데, 지금의 우리에게 매우 시의적절한 영화가 아닌가 싶다.

이에 대해 연출자인 한재림 감독은 2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우리가 재난을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지 보여주고 싶었다며, 자극적이지 않게 재난을 그리려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칸영화제 상영 이후 1년 동안 사운드와 CG 작업을 보강했다고 덧붙였다.

감독의 말대로 이 영화는 다른 재난영화에 비해 덜 자극적이다. 초반부에 형사(송강호 분)가 테러 용의자의 집을 수색하는 과정 역시 여타의 영화에 비해 선정적이지 않게 하기 위해, 용의자의 집과 비행기 안 상황을 수 차례 교차해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좁은 비행기 안에서 계속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게다가 어디에도 착륙할 곳이 없다는 사실에 극 중 승객들뿐 아니라 관객들도 긴장되긴 마찬가지다.

특히 이런 긴장감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기존처럼 승객들이 앉아있고 카메라만 회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미국에서 실체 비행기 본체를 가져와 이를 360도 회전시키며 촬영해 승객들이 겪는 공포를 사실적으로 전달한다.

재난 상황에서 국가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영화 <비상선언>은 내달 3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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