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하지만, 잘 모르는 길거리 예술가
몇 해 전, 세계적 경매인 소더비에서 한화 약 16억 원에 팔린 <풍선과 소녀>는 낙찰과 동시에 작가에 의해 갈기갈기 찢겼다.
보통 미술품은 훼손되면 그 가치가 사라지지만, 오히려 이 작품은 2배 이상 가치가 올랐다.
이 작품을 그린 작가는 이 일로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됐고, 그가 바로 ‘뱅크시’이다.
사람들은 뱅크시라는 이름이 가명인지 아니면 특정인이 아니라 어느 집단을 지칭하는 건지 궁금해한다. 혹자는 이미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이 아닌지 의심하기도 한다.
이에 사립탐정과 기자 등 많은 이들이 뱅크시를 추적하고 있으나, 아직 그의 얼굴이 제대로 공개된 적이 없다.
그는 사실 그래피티 작가다. 1960년대 미국 뉴욕에서 유행한 그래피티는 처음에 작가들이 자기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거리나 공공건물 그리고 지하철 등에 자기 이름을 써넣던 것에서 시작됐다.
공무원들은 이를 ‘낙서’라고 생각해 강하게 규제하기 시작했다. 뉴욕시장이 페인트와 락카를 판매하지 못하게 하자, 그들은 사지 않고 훔쳐서 거리에 그림을 그렸다.
그들은 비록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개최할 자금은 없었지만, 그들이 길거리에 그린 그림의 작품성은 뛰어났다.
그리고 후에 뱅크시의 고향 영국 브리스톨에도 그래피티가 전해졌다. 어릴 적부터 잘 그리진 않아도, 독특한 그림을 그리던 뱅크시는 거리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의 이런 활동은 친구인 사진작가 스티브 라자리데스의 지원으로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기 시작헸다.
공간을 빌려 위층에서 뱅크시가 락카로 그림을 그리면 바로바로 아래층에 가서 손님들에게 5파운드를 받고 팔았다.
더 비싸게 팔아도 팔릴 그림이었지만, 뱅크시는 예술의 대중화를 꿈꿔 저렴하게 팔았다.
그는 미국 LA의 한 창고를 빌려 전시회를 열었다. 1년 동안 두문불출하던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 부부가 전시장을 찾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이로 인해 그의 작품은 뭔가 있어 보이고, 사두면 돈이 될 것 같은 작품이 되었다.
그런 까닭에 그가 전시회를 열 때마다 사람들이 오픈 전부터 줄을 서 있거나, 서로 작품을 사겠다며 싸우는 일도 생겼다.
‘길거리 예술’이 돈이 되는 순간이 온 것이다. 그동안 그가 거리의 벽에 그린 작품들은 더 이상 낙서가 아닌 ‘대단히 비싼 작품’이 됐다.
그러자 뱅크시는 자기가 그린 벽화를 훔쳐 가도 가치가 없도록 하기 위해 인증서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시민 모두가 그림을 즐기고, 돈이 없는 다른 그래피티 작가들이 ‘길거리 예술’을 이어갈 수 있게 하기 위한 조치였다.
많은 이들이 알지만, 한편으로 많은 이들이 모르는 길거리 예술가 뱅크시가 누군지 알고 싶다면 오는 11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뱅크시>를 추천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