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적이지만, 자전적 영화는 아닌
포르투갈 여행에서 갓 돌아온 성원(이택근 분)은 후배 중순(하성국 분)의 연락을 받고 그들이 다녔던 학교 근처로 향한다.
둘은 학창시절 자주 갔던 단골 식당에 들른다. 늘 반겨주던 주인아저씨는 세상을 떠났다며, 그의 아내(황미영 분)가 둘을 맞이한다.
그리고 잠시 후, 조금 전 길에서 10년 만에 만난 병수(박봉준 분)가 식당으로 들어온다.
과거 성원의 자전적 이야기로 병수가 영화를 만들어 둘 사이가 꽤 어색해졌는데, 그냥 예의상 던진 말에 진짜 식당으로 오니 당황스럽다.
두 사람은 한참 불편한 대화를 이어가다 성원이 다음에 보자며, 병수를 보낸다.
옆에서 지켜보던 중순은 과연 다음에 볼 기회가 있을까 걱정하고, 진짜 얼마 후 중순의 걱정이 현실이 된다.
영화 <모퉁이>는 영화인들의 이야기다. 메가폰을 잡은 신선 감독이 첫 장편으로 뭘 만들까 하다가 예산이 적어서 자기가 잘 아는 이야기를 다루는 게 낫겠다 싶어 이런 소재를 택했지만, 그렇다고 본인의 자전적 이야기는 아니라고.
그런 까닭에 영화의 형식은 홍상수 감독의 영화와 닮았지만,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가 아니라) 다르기도 하다.
이 영화엔 제목에 걸맞게 모퉁이가 자주 등장한다. 모퉁이를 돌면 누군가 나타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그런 것이 놀랄 일도 아니다.
그래서 한글 제목은 ‘모퉁이’이지만, 영어 제목은 ‘No Surprise’이다.
단골식당 여주인 역을 맡은 황미영의 말처럼, 대중들이 재미를 느낄만한 작품은 아니지만 디테일이 살아있는 작품이긴 하다.
그리고 감독의 대학 동기인 배유람과 후배 고경표가 잠깐 등장해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기도 한다.
영화 <모퉁이>는 오는 11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