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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영화톱기사(우측)

여성 혼자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영화 풀타임 스틸컷

5일째 계속되는 파리 도심 시위로 교통대란이 일자 쥘리는 새벽부터 두 아이를 이웃에 맡기고 간발의 차로 겨우 기차에 올라탄다.

하지만 중간에 승객 사고로 인해 기차가 멈춰서고, 급히 버스로 갈아타고 회사에 도착하니, 신협에서 더 이상 주택담보대출 연장이 어렵다는 통보를 해온다.

파리 5성급 호텔 메이드인 그녀는 평소처럼 자기 할 일이 전념한다. 일을 마치고, 전 남편에게 양육비를 제때 보내라고 독촉한 후, 아이 생일 선물을 산 후 집에 가려는데 기차 운행이 취소돼 대체 버스를 알아보던 중 운 좋게(?) 만원 지하철을 탄다.

집에 오니 아이들은 정신없이 뛰어놀고, 사고치고, 쥘리는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다음 날, 새벽에 또 아이들을 이웃에 맡기고 역으로 가니 기차가 50분이나 연착이다.

그냥 차 타고 갈까 했더니 이런 시동이 안 걸린다. 그때 지나가던 한 흑인 남성이 파리 시위현장에 가는 길이라며 파리까지 태워준다.

파리에 도착한 그녀는 전철이 안 다닌다는 시민의 말을 듣고 직장까지 냅다 뛰지만, 결국 지각한다.

일을 마치고 퇴근하려는데 전철이고, 기차고 축소 운행해 집에 가기 막막해 아침에 차 태워준 남자에게 전화하니 벌써 집 근처까지 갔댄다.

발을 동동 구르다 겨우 대체 버스를 타고 집에 오니, 애들을 봐주던 이웃이 맨날 이렇게 늦게 오면 더 이상 애들을 봐주기 힘들다고 말한다.

다음 날, 출근하니 같이 일하는 파트너가 자기 혼자 일하느라 힘들었다며 지각한 쥘리에게 툴툴댄다.

일을 마치고 집에 가려는데 오늘은 아예 대체 버스도 없고, 애들은 또 어떡하나 싶어 눈앞이 깜깜하다.

결국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집에 가기를 포기하고 근처 허름한 호텔에서 잠을 청한다.

주말이 지나도 교통상황이 나아지지 않아 매일 출퇴근 길이 지옥이다.

게다가 얼마 전 무단 조퇴하고 다른 회사에 면접 보러 갔다가 관리자에게 들켜 결국 해고되고 만다.

전에 면접 본 회사에선 합격 여부 통보도 없고, 결국 쥘리는 경제학 석사학위가 있다는 걸 숨기고 집 근처 마트 계산원 자리라도 얻어보려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모든 걸 체념하고 아이들과 놀이공원에 간 쥘리에게 얼마 전 면접 본 회사 담당임원이 출장 다녀오느라 연락이 늦었다며 며칠 후부터 같이 일할 수 있겠냐며 연락해 온다.

영화 <풀타임>은 고학력 경력단절 이혼녀 쥘리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내용이다.

경제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어느 유통회사에서 마케팅 책임자로 일했으나 이혼 후, 입에 풀칠은 해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호텔에서 메이드로 일한다.

그나마 집 근처 마트보단 처우가 좋겠지 싶어 집에서 멀리 떨어진 파리의 5성급 호텔에서 일하는데, 며칠째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자 출퇴근이 막막해진다.

결국 그녀는 더 나은, 그리고 자기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를 찾아보고 그 과정에서 회사에 말없이 몰래 조퇴했다가 걸려서 해고당한다.

배경은 프랑스이지만, 우리나라의 상황과 크게 다를 것 없어 보인다.

대부분의 여성 직장인은 결혼과 출산 과정에서 회사로부터 퇴직을 강요받는다. ‘좋은 엄마’가 되기를 포기하든지 아니면 ‘직장인’이 되기를 포기하길 강요받는다.

결국 ‘좋은 엄마’가 되기로 하고 퇴직하면, 그 순간 그동안의 모든 경력이 초기화 된다.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 다시 일을 하려고 해도, 이른바 ‘경단녀’(경력단절 여성)라는 꼬리표를 붙여 예전에 하던 직종에선 잘 받아주지 않는다.

제아무리 전문성도 있고, 직급도 높았어도 결국 그들은 식당 서빙이나 마트 계산원 등 단순 업무를 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원하던 만큼의 급여는 받을 수 없다.

이런 이들에게 ‘무조건적인’ 기본소득이 주어진다면 어떨까? 극 중 쥘리는 두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인데, 만약 세 사람 몫의 기본소득이 매월 지급된다면 지금보단 덜 아등바등 살 수 있지 않을까?

급여가 조금 적어도 출퇴근 전쟁을 치르지 않아도 되는 집 근처에서 일하며, 아이들과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텐데 말이다.

그리고 연락도 안 되는 전 남편에게 매일 전화해 양육비 부치라며 비참함을 느끼지 않아도 될 것이다. (물론 양육비는 당연히 받아야 하지만, 독촉하면서 비참함을 느끼진 않아도 될 일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종일(full time)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영화 <풀타임>은 오는 18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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