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주제에 반전 한 스푼
퇴실시간이 다 되도록 손님이 나오지 않자 방에 가보니 손님이 스스로 목을 맸다. 올해로 벌써 3번째다.
경찰에 연락 후 조사 후, 늙은 엄마를 모시고 병원도 가고, 미용실도 간다.
돌아오는 길에 엄마가 갑자기 차 안에서 욕을 하며 난동을 부리지만, 익숙한 듯 아무 대꾸도 하지 않는다.
다음 날, 철물점을 하는 친구를 불러 CCTV를 달고, 다방 레지를 불러 차도 한 잔 마시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그러나 그날 밤, 치매에 걸린 엄마가 꽥꽥 소리를 지르자 손님들이 죄다 나간다. 심지어 3개월치 방세를 낸 장기투숙객도 한 달이나 남았는데 환불 해 달라며 방을 뺀다.
가뜩이나 삼거리에 새로 생긴 무인모텔 때문에 장사도 안 되는데 힘들다.
며칠 후, 아침에 일어나니 엄마가 보이지 않자 도우는 엄마를 찾아 나선다. 경찰에 신고도 하고, 전단지도 뿌려 보지만 소용이 없다,
종일 엄마를 찾다 별 소득이 없이 돌아오자 개 한 마리가 추위에 떨고 있어 안으로 들여 온다. 벌써 엄마가 사라진 지 열흘째인데 돌아오라는 엄마는 안 오고, 개만 생겼다.
사람들은 도우가 엄마를 죽여놓고 쇼하는 것 아니냐며 뒤에서 수근 댄다.
그리고 얼마 후, 파로호에서 시체 한 구가 발견됐는데, 도우의 모텔 열쇠를 소지한 상태다.
이에 경찰이 찾아 오고, 잠긴 방이 있어 경찰이 열어보라고 해 열어보니 분명 손님이 지내던 방인데 흔적도 없이 깨끗하다.
도우는 이게 자기가 신경안정제를 과다복용해 생긴 일인지, 아니면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혼란스럽다.
얼마 후, 그는 엄마가 묻힌 곳을 알아낸다. 그리고 얼마 전 죽은 여자 투숙객을 죽인 범인이 잡혔다는 소식을 듣는다.
영화 <파로호>는 강원도 양구군에 있는 파로호가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4년 전, 30대 말에 내가 영화감독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임상수 감독이 태백에 있는 허름한 모텔에서 글을 쓰다가 영감을 얻어 쓴 작품이 바로 <파로호>다.
영화에도 나오지만, 파로호 안에는 과거 전쟁으로 죽은 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의 시체가 수장되어 있다.
이런 점이 도우의 내면과 닮은 구석이 있다고 생각한 감독은 영화의 제목으로 파로호를 사용했다.
극 중 도우가 운영하는 허름한 모텔은 파로호 근처에 있는 것으로 설정돼 있으나, 실제론 전남 곡성에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왜냐하면 몇 해 전 영화 <곡성>으로 인해, 우리에게 곡성이 주는 으스스함이 있기 때문이다.
영화 후반 반전이 전개되는데, 이에 대해 도우 역을 맡은 이중옥은 반전을 들키지 않으려고 거기에 중점을 두고 연기를 했다고 한다.
마지막 반전이 드러나며 약간의 재미를 더하지만, 전체적으로 무거운 영화 <파로호>는 오는 18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