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어떻게 살지 생각게 해
산 채로 시체 보관용 냉동고에 갇힌 채 깨어난 소진(임새미 분). 아무리 살려달라고 소리쳐도 소용없고, 핸드폰은 발신정지 돼 전화를 걸 수도 없다.
1시간 후, 어떤 남자(성지루 분)의 목소리가 들리고 곧이어 어떤 여자(한지원 분)의 목소리도 들린다.
그렇게 세 사람은 영문도 모른 채 그리고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갇혀 극도로 예민해진다.
세 사람은 어떻게든 냉동고에서 나가려고 애쓰지만, 희망이 보이질 않는다. 이들의 이런 상황을 한 남자가 밖에서 지켜본다.
남자는 냉장고 밖에서 슈만의 ‘트로이메라이’를 튼다. 여기가 어딘지, 그리고 어떻게 여기 갇히게 됐는지도 모르겠는 세 사람에게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다.
세 사람은 어떻게 이곳에 잡혀오게 됐는지 유추해 보고, 그때 혜린의 휴대전화에서 셋이 찍은 사진을 발견한다. 세 사람은 같이 만난 기억도 없고, 사진을 찍은 기억도 없다.
서로 대체 우리가 여기 어떻게 갇히게 됐는지 그리고 원래 아는 사이였는지 추측하던 중 혜린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전화기 너머 어떤 여자가 “나야 혜린아”라고 말한 후 끊는다.
발신제한으로 걸려 와 누군지도 모르겠는데 또다시 전화가 걸려 온다. 생각해 보니 이 목소리, 두 달 전에 죽은 세희(정윤지 분)다.
혜린은 죽은 세희가 친구들에게 괴롭힘당할 때 모른 척한 일이 생각나 괴로워한다.
결국 그녀는 세희의 환영을 보고, 발악하다가 스스로 목을 조른다.
아직 살아남은 동혁과 소진은 서로의 이야기를 한다. 소진은 시야가 점점 좁아지는 병에 걸렸고, 동혁은 1년 전 자기가 방심한 탓에 6살 딸을 죽게 했다.
얘기하다 보니 동혁에게 죽은 딸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그는 동사(凍死)한다.
이제 홀로 남은 소진은 막막하다. 그녀 앞에 과거 집에 불을 지른 엄마가 나타나 “거기로 가면 안 된다”며 혜린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가려는 소진을 붙잡는다.
과거 집에 불을 지른 엄마인데, 엄마를 믿을 수 없는 소진은 엄마의 손을 뿌리치고 가다가 천장에 메달린 한 남자를 보게 된다.
그녀는 스스로 자기 목을 조르고, 곧이어 냉동고 안으로 가스가 퍼진다.
그때 엄마에게 전화가 걸려 와 받으니 “꼭 오래오래 살아야 된다”고 말한다. 덕분에 소진은 죽지 않는다.
냉동고에서 탈출한 그녀는 지금까지 세 사람이 겪게 된 일의 전말을 보게 된다.
(관객은 알지만) 세 사람은 자신이 어디에 갇힌 지도 모른 채, 서로 목소리만 들을 수 있어 공포에 떤다.
한동안은 서로 상대도 나처럼 갇혀있다는 사실조차 믿지 못한다.
자신의 휴대전화에 처음 보는 사진이 있는 걸 보고 혜린과 소진은 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유추해 보지만 도저히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서 이들은 더욱 더 무서움을 느낀다. 분명 내 휴대전화인데, 내가 찍은 적도 없는 사진이 있다니 궁금함을 넘어 무섭다.
그런 이들의 모습을 밖에서 한 남자가 가만히 지켜본다. 말 한마디도 없이 남자는 그들에게 음악을 들려주기도 하고, 끝내 그들이 죽으면 냉동고에서 꺼내는 역할만 한다.
적은 예산으로 충분히 심장 쫄깃한 영화를 잘 만들었다. 게다가 마지막에 소진이 지금껏 일어난 일의 전말을 환상처럼 보게 되면서, 반전이 밝혀진다.
1시간 남짓한 영화 <어웨이크>는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해 보게 하는 작품이다. 오는 24일 개봉.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