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했던 일상이 어떻게 비극적으로 변하는지 보여줘
영화 <우리가 말하지 않은 것>은 한 부부의 대화 부재로 인해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을 다룬 영화로 인생이 의도치 않게 나쁜 쪽으로 흘러가는 것들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아츠히사(나카노 타이가 분)와 나츠미(오오시마 유코 분)는 고등학교에 만나 결혼한 커플로 사랑스러운 딸 스즈를 두고 있다.
지금은 직장을 다니고 있지만 언젠가는 친구인 다케다(와카바 류야 군)와 사업을 하고 싶어 영어 중국어도 배우고 있다.
조용하고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아츠히사는 어지럽고 몸이 안 좋아 일찍 직장을 조퇴해 집으로 향한다.
거기서 아내 나츠미의 불륜 현장을 보게 되고,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는 나츠미의 고백을 듣게 된다. 그동안 너무 외로워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됐다는 나츠미의 말에 원망도 분노도 하지 못하는 아츠히사, 딸은 자기가 키우겠다는 나츠미의 말에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런 아츠히사를 보며 나츠미도 상처를 받고, 결국 두 사람은 이혼해 각자의 길을 간다. 아츠히사의 친구인 타케다은 눈물도 흘리지 않는 아츠히사를 보며 진심이 무엇인지 궁금해하고, 아츠히사는 그런 친구에게 마음속으로 울고 있지만 눈물이 나지 않는다는 속마음을 얘기한다.
그들 세 사람은 고등학교때부터 함께 시간을 보낸 친구들로 서로의 사정을 잘 안다. 아츠히사는 약혼자가 있었지만, 나츠미의 임신으로 파혼하고 나츠미와 결혼한다.
아츠히사의 집에서 전 약혼자인 사치코(야규 미유 분)와 아츠히사의 만남을 목격한 나츠미는 그런 과거로 인해 하츠히사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사랑에 목 마른 나츠미는 직장도 없이 전 남편에게 돈이라 달라고 말하는 현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절대로 끊을 수 없다.
돈을 쉽게 벌 수 있는 콜걸을 하면 어떻겠냐는 제안까지 받으면서도 꿋꿋이 버틴다.
이혼 후 반년이 흐르고 본가에 갔던 아츠히사는 부모님께 자신의 이혼을 밝히고, 그런 동생을 위로하고 싶었던 형 히데(박정범 분)는 아츠히사의 집에 왔다가 다정하게 함께 살고 있는 나츠미와 그의 남자친구를 보게 된다.
우발적으로 나츠미의 남자친구를 죽인 히데는 교도소에 들어가게 된다. 남자친구의 죽음으로 그의 빚까지 떠안게 된 나츠미는 딸 스즈를 친정에 두고 콜걸로 일한다.
위험한 일에 익숙해질 무렵 나츠미는 모텔에서 살해되고, 그녀의 장례식에 간 아츠히사에게는 차가운 시선과 장모가 딸 스즈를 키우겠다는 통보만 받게 된다.
그 순간에도 눈물을 흘리지 못하는 아츠히사를 안타깝게 여긴 친구 타케다는 아츠히사가 자신을 표출할 수 있게 돕는다.
영화 <우리가 말하지 않은 것> 아츠히사와 나츠미의 결혼 생활을 통해 평범한 일상이 주는 위험함을 경고한다.
사실 평범해 보이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것이 일상이기 때문이다. 아츠히사는 전 약혼녀 사치코와의 만남을 들켰음에도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는 아츠히사의 태도에서 사랑을 의심하게 된다.
결혼생활 내내 마음에 결렸음에도 자신이 두 사람의 관계를 깼다는 죄책감에 물어보지 못한다.
사랑 받고 싶은 마음에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고, 그것이 잘 못 되었음을 알아도 자신의 선택이 틀렸음을 인정하지 못해 어떻게든 유지하려고 한다.
자신의 선택에 의해 일어나는 연속적인 사건들은 점점 더 수렁에 빠지게 하고, 결국 콜걸로 생을 마감하게 한다. 어디서부터 잘 못된 것일까?
아츠히사를 사랑하면 안 됐는데, 사랑했어도 결혼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등 나츠미는 무수한 내적 갈등을 겪으면서 선택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최선의 선택이라고 한 선택들이 결국 자신을 위한 최악의 선택이 됐다.
아츠히사의 형 히데는 좋게 말해 속세를 벗어난 듯한 삶을 살지만 걸핏하면 직장을 그만두는 등의 사회부적응자인 모습으로 부모에게는 골칫거리다.
하지만, 이혼한 동생을 위로하기 위한 따뜻하고 순수한 마음은 이혼을 하게 된 원인을 보자 미움과 분노로 표출돼 그 원인을 제거해 버린다. 결국 교도소행이라는 결과를 낳는다.
아츠히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내인 나츠미를 사랑하지만 결코 밖으로 꺼내 이야기하지 않는다. 어떤 일에도 변명하지 않고 설명하지 않는다.
이런 모습들은 나츠미의 마음에 상처를 남기며 이혼이라는 결과를 나아가 형을 범죄자로, 나츠미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다.
진심을 말하지 못하는 자기표현의 부재는 대화를 앗아가고 평범했던 일상을 파국으로 몰아가게 된다.
영화에서 단비 같은 존재는 나츠미를 좋아했지만 그들의 곁에서 끝까지 응원하며 지켜줬던 친구 타케다의 모습일 것이다. 두 사람 모두를 이해하며 그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었던 타케다는 아츠히사의 곁에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더 이상 소중한 사람을 잃지 않도록 끝까지 도와준다.
선택에서 오는 연쇄적인 결과들은 다시 선택을 하고 결과를 가져온다. 평범했던 일상은 선택에 의해 비극적인 결말이 되기도 한다. 잘못된 선택 속에서도 어느 순간 그 고리를 끊느냐도 결국 개인의 몫인 것이다.
영화 <우리가 말하지 않은 것>은 이런 선택에 의해 지켜야 할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이야기한다. 표현하지 않은 것들이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며, 우리 삶을 반성하게 한다.
영화 <우리가 말하지 않은 것>는 오는 내달 1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