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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청년의 고민 담아

영화 성적표의 김민영 스틸컷

청주여고에 재학 중인 유정희(김주아 분), 김민영(윤아정 분), 최수산나(손다현 분)는 수능 100일을 앞두고 ‘삼행시 클럽’ 해체를 선언한다.

수능을 마치고, 민영은 지방의 한 대학에 그리고 수산나는 하버드대에 진학했으나, 정희는 동네 테니스클럽에서 일하며 자신의 앞날을 찾으려 노력한다.

하지만 불과 몇 달 만에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테니스클럽에서 해고당한다.

마침 여름방학을 맞이한 민영은 서울에서 자취하는 친오빠의 집이 비어 있어 방학 때 서울에 있다며, 정희를 초대한다.

안 그래도 실직 후에 할 일도 없던 참에 정희는 ‘간소하게’ 캐리어 1개와 배낭 그리고 배트민턴 채까지 들고 하룻밤 묵으러 민영의 오빠 집으로 향한다.

서로 반갑게 이야기 나누다가 민영이 성적 확인을 하기 위해 학사정보시스템에 접속한다.

서울로 편입하는 게 꿈인데, 성적이 너무 안 좋게 나오자 민영은 담당교수에게 성적 정정을 요구하는 메일을 쓰기 위해 정희와 고민한다.

하지만, 대학에 다닌 적이 없는 정희가 쓴 내용이 마음에 안 드는지 “누가 교수한테 이렇게 보내냐?”며 타박한다.

기가 죽은 정희가 민영에서 구청에서 주최하는 그림 공모전에 2점을 내기 위해 민영의 이름으로도 1점 내도 되냐고 묻자, 민영은 흔쾌히 허락하면서도 좋은 대학 나와서 그림 그려도 성공하기 힘든데 (고졸인 정희가 구청 주최 공모전에서 당선되더라도) 그런 방식으로 성공할 수 있겠느냐며 일침을 가한다.

오라고 해서 왔는데 종일 민영이 성적 때문에 노트북만 쳐다보자, 정희는 “내가 투명인간이냐?”며 한소리한다. 그제야 민영은 정희랑 같이 놀아준다.

하지만, 정희가 샤워하는 동안 민영은 교수랑 말이 안 통해서 직접 학교가 있는 대구에 다녀오겠다며 혼자 잘 지내라는 쪽지를 남기고 사라진다.

단 하룻밤을 같이 지내러 짐까지 바리바리 싸 들고 왔더니, 종일 노트북만 쳐다보더니 이젠 혼자 잘 지내라며 집주인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정희는 혼자 친구 민영이의 오빠 자취방에서 잔다. 그리고 다음 날, 인간 김민영에 대한 성적표를 작성한 후 다시 자기 집으로 돌아간다.

영화 <성적표의 김민영>은 이재은 감독이 쓴 ‘정희가 민영이 오빠의 집에 놀러간다’는 짧은 단편영화 시나리오를, 우연히 한 모임에서 만난 임지선 감독과 함께 장편으로 발전시킨 작품이다.

영화는 스무 살의 청년세대가 경험할 법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민영은 수도권이 아닌 지방대에 진학하자 서울에 있는 학교로 진학하기 위해 애쓴다. 요즘은 공기업에서 소재지 지방대학 출신을 별도 정원으로 뽑기도 하지만, 솔직히 말해 ‘간판’이 좋은 학교를 나와야 취업하기 쉬운 게 사실이다.

그러니 민영의 생각이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자기 초대로 친구가 놀러왔는데도 같이 놀지는 않고, 온통 성적 정정에만 신경 쓰는 모습은 보기가 좀 그렇다.

더구나 정희는 민영처럼 고교 졸업 후 곧바로 대학에 가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바로 어제 일하던 곳에서 해고됐다.

그런 친구의 마음을 헤아려 주지 못하고 자기 생각만 하는 민영의 태도는 상당히 잘못됐다.

처음엔 참고, 참던 정희가 급기야 “내가 투명인간이냐?”고 하자 그제야 신경 쓰는 척 하더니, 결국 정희 몰래 아예 집을 나가버린다.

아무리 친한 친구여서 편한 사이라고 하더라도, 이건 상대에 대한 배려가 너무 부족하다.

성적 정정 신청 기간이 정해져 있긴 하지만, 오늘 하루만 신청할 수 있는 게 아닌 이상 내일 정희가 돌아간 후 교수에게 연락해도 됐을 텐데 굳이 정희가 놀러 오자마자 성적을 확인하고, 계속해서 교수에게 메일로 정정을 요구하느라 노트북만 쳐다보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민영이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비 오는 날 자전거를 타면, 수영하는 기분이라는 정희의 이상한 말에 같이 물안경을 끼고 비 오는 날 자전거를 타 주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다.

어쩌면, 민영은 좋은 대학을 나와야 좋은 회사에 들어갈 수 있고, 좋은 회사에 들어가야 많은 돈을 벌 수 있고, 많은 돈을 벌어야 비싼 집값에도 불구하고 집을 살 수 있는 이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20대 청춘이 아닐까 싶다.

영화 <성적표의 김민영>은 9월 8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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