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서 미혼모로 살아간다는 것
어린 지안이를 위탁가정에 맡긴 미혼모 이나(김용지 분)는 우연히 과거 DJ로 활동했을 때 친구를 만난다.
갑작스레 아빠가 죽은 후, 네팔에서 지진이 났다는 뉴스를 보면서 우리 집에서도 지진이 느껴진다는 엄마(윤유선 분) 때문에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이나는 다시 DJ로 활동하고 싶은 욕구가 치솟는다.
특히 이번에 베를린의 클럽에서 2년 동안 활동할 DJ를 뽑는다는 소식에 어떻게든 베를린으로 ‘탈출’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이나의 엄마는 딸이 다시 DJ 활동에 관심이 생긴 걸 알고 “여자애가 평범하게 좀 살라”며 이나가 클럽에 다니는 것조차 싫어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지안이가 아파 응급실에 가게 되자 이나 엄마는 이나에게 미혼모가 ‘사탄의 음악’에 빠져서 이 사단을 만들었다고 비난한다.
그 와중에 지안이를 입양할 사람이 나타났다는 말에, 이나는 어떻게 자기한테 상의도 없이 아이를 입양 보내려 하느냐며 위탁가정 아주머니에게 화를 낸다.
하지만, ‘베를린 콜링’ 참가를 준비하던 과정에서 그렇게 잘 나서 너는 무책임하게 애까지 낳았냐는 소리를 듣게 되자, 결국 이나는 지안이를 입양 보내기로 결심한다.
영화 <둠둠>은 미혼모가 우리 사회에서 살기에 얼마나 힘든지 잘 보여준다.
극 중 이나는 정확한 사정은 알 수 없으나, 같이 음악하던 남자의 아이를 낳았고 그 남자는 미국으로 가 버려 미혼모가 되어 버렸다.
남편이 사고로 죽은 후, 힘들어하는 이나의 엄마는 딸이 평범하게 살기 위해 이나의 아이를 입양보내려 한다.
결국 그렇게 이나의 아이는 위탁가정에 맡겨져 입양할 새 부모를 찾는 신세에 놓인다.
그러나 자기가 직접 낳았기에 아이가 눈에 밟히는 이나는 매일 같이 위탁가정에 가 지안이와 시간을 보낸다.
어찌 보면 아직 나이도 젊고, 서류상으로 결혼한 적도 없으니 이나가 그냥 아이를 입양 보낸 후, 좋은 사람 만나서 사랑도 하고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하는 신애(이나의 엄마)의 마음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비록 지금 자기의 상황이 좋지 않지만 끝까지 자기가 낳은 아이를 책임지려는 이나의 모습도 이해가 된다.
사실 가장 좋은 건 지안이가 이나와 같이 살면서 엄마의 사랑을 온전히 받으며 자라는 것일 것이다.
그러려면 한부모가정이나 미혼모를 위한 제도적 지원이 선행되어야 한다. 어린아이는 부모의 손이 많이 간다.
엄마 혼자 아이도 돌보고, 먹고 살기 위해 일도 해야 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제도적으로 적어도 둘 중 하나는 해결이 되어야 미혼모도 마음 편히 아이를 키울 수 있다.
왜 결혼도 안 한 여자가 혼자 아이를 키우려 하느냐는 비난은 필요치 않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각자의 사정이 있다.
정부는 각자의 사정에 관심을 두기보다, 그들이 어떻게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서 당당하고, 편하게 살아갈지에 초점을 둬야 한다. 영화 <둠둠>은 이달 15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