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성 상실의 끝판왕
2017년 12월 경찰은 필리핀에서 숨어 지내던 범죄자 47명을 비행기에 태워 국내로 데려왔다. 당시 언론에선 1997년 개봉한 영화 <콘에어>와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며 보도에 열을 올렸다.
사실 실제로는 여기서 이야기가 끝난다. 그러나 우연히 이 뉴스를 접한 영화감독은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만약 이야기가 여기서 끝이 아니라, 여기부터 시작된다면? 영화 <기술자들> <변신>을 연출한 김홍선 감독은 당시의 뉴스를 토대로 약간의 양념을 쳐 영화 <늑대사냥>으로 발전시켰다.
영화 <늑대사냥>의 첫 장면은 국내로 송환된 범죄자들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자 한 피해자가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가 폭탄 테러를 저지르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영화는 곧바로 2022년 9월 12일 현재로 넘어온다. 이번엔 지난번처럼 시민들과 접촉을 막기 위해 우리 정부는 필리핀 현지에서 ‘프론티어 타이탄호’라는 거대한 함선을 통해 범죄자들을 부산항으로 입국시킬 계획을 짠다.
이에 이석우(박호산 분) 형사팀장은 부하들을 이끌고 필리핀 현장으로 가, 흉악범인 박종두(서인국 분)와 이도일(장동윤 분) 등 범죄자들을 프론티어 타이탄호에 태운다.
이 과정에서 종두가 이 팀장에게 시비를 걸며 힘겨루기를 하다가 얻어터진다.
한편, 부산 VTS에서는 해경 중앙 해양 특수구조 오대웅(성동일 분) 팀장 일행이 프론티어 타이탄호의 입항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한다.
드디어 프론티어 타이탄호가 마닐라를 떠나고, 그와 동시에 형사들이 범죄자들에게 배식을 시작한다.
그 틈을 타 배식을 돕기 위해 승선한 민간인들이 몰래 반입한 무기로 형사들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급기야 그들은 기관실을 장악해 모든 통신시설을 파괴해 버린다. 이에 부산 VTS에서는 어떻게든 프론티어 타이탄호와 연락을 해 보려고 애쓰지만 위치 파악도 쉽지 않다.
그 시각, 박종두는 수갑을 푼 후 형사들을 공격한 후 테러범들과 만나 본격적으로 일을 벌인다.
종두 덕에 모두 자유의 몸이 된 범죄자들은 종두와 함께 형사들을 죽이며, 난장판으로 만든다.
하지만 배가 워낙 넓다 보니 이석우 팀장은 지금 이 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그러다 겨우 기관실에서 종두 일당을 찾아내 격렬하게 싸우던 중 의외의 복병(최규화 분)이 등장하면서 경찰과 범죄자 모두 죽어 나간다.
이때부터 이 영화는 범죄영화에서 호러영화로 바뀐다. 그리고, 그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다시 SF영화로 다시 한번 바뀐다.
이에 대해 김홍선 감독은 1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냥 범죄영화로 만들면 너무 뻔할 것 같아 이렇게 만들었다며, 여러 장르가 잘 섞인 것 같아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인공이라고 끝까지 안 죽으면 너무 뻔한 것 같아 내용에 맞춰 주인공도 자연스럽게 죽는 등 클리셰(Cliché)를 깨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이 영화는 기존의 영화 공식을 깨버리는 영화다. 그런 까닭에 이번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세계 최초로 선을 보인 후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다만, 호불호가 극명히 갈릴 정도로 이 영화는 매우 잔인하다. 러닝타임 내내 살인이 일어나는데, 목이 잘리는 장면도 등장할 정도로 그 수위가 매우 강하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단지 자극적으로 만들기 위해 그런 것은 아니고, 인간성을 잃은 인간병기를 표현하려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그만큼 고강도의 액션신이 많은데 촬영 당시 감독이 배우들에게 절대 다치면 안 된다며, 너무 몰입해 오버하지 말 것을 주문하는 등 안전에 각별하게 신경을 썼다는 게 배우들의 증언.
인간성을 상실하면 어떤 괴물이 되는지 잘 보여주는 영화 <늑대사냥>은 오는 21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