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전쟁터에서 살아가는 이들
러시아의 공습이 한창인 우크라이나 마리우폴(Mariupol) 사람들에게 죽음의 공포는 일상이다.
카메라가 찍고 있는 중에도 연신 공습이 이어지고, 카메라맨도 엎드려 촬영보다 자신의 안전을 챙겨야 하는 상황도 있다.
거리엔 폐허가 된 집들이 즐비하다. 그런 상황에서도 주민들은 평소처럼 담배도 피우고, 차도 고치며 일상을 살아간다. 어쨌든 살아가야 하기에…….
그렇다고 아무렇지 않은 건 아니다. 식당 주인은 행여 누구라도 죽을까 싶어 손님들에게 절대 나가지 말라고 당부한다.
누가 나 같은 늙은이를 쏘겠느냐며 나가려는 할머니를 말리기도 한다.
집이 불에 타고, 건물은 물론 지하까지 흔들리는 현실에 늘 안전에 신경 쓸 수밖에 없다.
그 불안한 상황에서도 빅토르는 교회에 대피해 있는 아이들을 위해 공습으로 폐허가 된 곳에서 발전기를 가져온다.
집 잃고 교회에 모여 있는 이들에게 교회 측에서 나가달라고 요청한다. 그러나 살던 집도, 가족도 없어진 한 노인은 갈 곳이 없어 막막해한다.
러시아 군인들은 교회를 향해 총을 쏘고, 주위에 지뢰를 설치한다. 안전을 위해 성스러운 곳에 모인 시민들을 죽일 셈으로 말이다.
시민들은 지금까지 지구를 50번은 파괴할 정도로 많은 폭격이 가해졌다며, 이게 다 인간의 탐욕 때문이니 회개해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하룻밤만 더 교회에서 지내고 아침에 총질이 멈추면 신도들과 근위대만 남고, 나머지는 교회를 떠나달라고 교회 측이 요청하자 사람들은 당황한다.
이번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국내 첫선을 보인 다큐멘터리 영화 <마리우폴리스2>는 러시아의 공습으로 폐허가 된 마리우폴의 주민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어느 쪽이 잘했다 잘못했다는 판단 없이 현 상황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32년 동안 열심히 일했지만, 하루아침에 폭격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를 통해 전쟁의 참상을 보여준다.
다른 사족을 덧붙이지 않아도 관객들은 이 전쟁이 얼마나 끔찍한지 깨닫게 된다. 그게 바로 다큐멘터리의 힘이 아닐까?
참고로 이 영화를 연출한 만타스 크베다라비치우스 감독은 지난 3월 러시아군에 체포해 사살됐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