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정 양립과 차별과 편견 다뤄
우석(오동민 분)은 육아휴직 후 회사에 다시 나간지 3일된 아내(박하선 분)에게 장모님이 몸이 안 좋아 아이를 봐주지 못하는데, 돈 벌어서 그 돈으로 베이비 시터한테 주면 집에서 애 보는 거랑 (경제적으로) 다를 게 뭐가 있느냐고 말한다.
하지만 정아가 복직을 원하자 알았다고 자기도 서윤(허수민 분)이 돌보는 일을 같이 하겠다며 한발 물러선다.
정아는 직업소개소에 한국인 베이비 시터를 보내달라고 했는데, 조선족 베이비 시터(오민애 분)가 오자 미안하다며 돌려보내려는데 서윤이가 대번에 잘 따르자 그냥 다음 주 월요일부터 와 달라고 부탁한다.
자녀는 없다는데 나이가 많아서 그런지 애도 잘 보고, 시키지 않은 집안일도 하는 모습에 정아는 화자에게 살짝 마음을 연다.
같이 저녁도 먹으며 잘 해줬는데, 다음 날 화자와 서윤이가 감쪽같이 사라지자 정아는 몸이 안 좋다며 반차를 쓰고 집으로 온다.
화자와 연락도 안 되고, 애도 안 보이자 초조하고, 불안한데 저녁 늦게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화자가 서윤이와 함께 귀가하자 정아는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며 화를 낸다.
화자가 가고 나서 서윤이가 칭얼거려서 확인해 보니 멍이 들었다.
당장 내일 애 맡길 곳이 없어 정아는 팀장에게 몸이 안 좋아 내일 출근 못할 것 같다고 전화한다.
자기 할 일 다 하고, 밤늦게 퇴근한 남편은 그러게 처음부터 조선족이라 불안하다고 했는데, 누구를 구하든 똑같을 것 같으니 당신이 그냥 키우면 어떠냐고 말한다.
하루 쉬고, 출근하니 팀장은 정말 아픈 게 맞느냐며 이렇게 애 때문에 일 제대로 안 하면 정아의 대체인력인 지현(공성하 분)에게 밀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게다가 퇴근길에 남편은 서윤이 등에 멍이 들었는데 그냥 놔 둘 것이냐며 당장 화자에게 가자고 한다. 이에 정아는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다.
다음 날, 다들 야근하는데 눈치 보며 퇴근했더니 밤새 애가 울어서 잠도 제대로 못 잔다.
그 상태로 출근하니 지현이 원단 주문을 잘못해서 회사에 손해가 생겼다며 팀장은 정아에게까지 화를 낸다.
그나마 다행인 건 어린이집에 자리가 났다는 문자가 왔다는 것.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서윤이가 수족구로 의심된다며 병원에 가서 진찰받고 결과 나올 때까지 나오지 말라는 말을 듣는다.
결국 3일이나 무단결근한 정아는 팀장에게 아무래도 일을 그만둬야 할 것 같다며, 얼마 전 지현이 원단 발주 실수한 것도 자기 실수라고 털어놓는다.
정아의 말을 듣고도 팀장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계속 붙잡으려 하지만, 정아는 뜻을 굽히지 않는다.
영화 <첫번째 아이>는 아이를 키우는 맞벌이 부부의 고충을 잘 보여준다.
결혼 전부터 회사에 다니고 있었고, 회사에서도 꽤 일 잘하는 직원으로 평가받던 정아는 1년 동안 아이 낳고 복직한 후에 영 예전만 못하다.
정아의 휴직기간 동안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1년 계약직으로 선발된 지현이 듣기엔 꽤 카리스마도 있고, 일도 잘한다고 들었는데 며칠 같이 지내보니 영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처음엔 진짜 일 제대로 배워서 자기도 정규직이 되려고 정아에게 마카롱도 선물하고 했는데, 전화 한 통에 중요한 회의도 나 몰라라 하고 갑자기 아프다며 집에 가는 그녀를 보면서 나는 결혼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정아의 모습이 대다수 워킹맘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이는 여성이 일보다 육아에 중점을 둬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일과 육아를 같이 할 수 있는 여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데서 기인한다.
아직도 많은 남편들은 육아를 ‘도와준다’고 말한다. 원래 육아는 아내 몫인데, 내가 선의를 베풀어 기꺼이 도와준다는 의미로 말이다.
하지만, 자웅동체가 아닌 이상 여자가 혼자 아이를 낳지는 않았을 텐데 육아를 여성의 일로 치부해 버리는 건 옳지 않다.
더욱이 극 중에서처럼 맞벌이 부부라면 더더욱 그렇다. 일하는 것도 똑같이 하니, 아이 키우는 것도 똑같이 하는 게 맞다.
그러려면 남성도 눈치 안 보고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조직문화가 형성되야 한다.
그리고 지금보다 더 많은 공공어린이집을 설치해 오랜 기간 기다리지 않고, 원할 때 언제든지 갈 수 있게 해야 한다.
극 중 정아는 갑자기 베이비 시터를 구하지 못해 결국 3일 동안 무단결근한다.
만약 내일부터 바로 갈 수 있는 어린이집이 있었다면 정아는 무단결근도 그리고 퇴사 결심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편, 이 영화는 차별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 정아와 남편은 베이비 시터의 국적을 차별한다.
면접 온 화자에게 정아는 겉으로 봐선 조선족 같지 않다는 말을 서슴없이 한다.
그리고 화자에게 사정이 생겨 몇 시간 동안 서윤이와 외출하고 돌아오니, 마치 무슨 아동유괴를 시도한 것 마냥 그녀에게 사정도 들어보지 않고 당장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소리친다.
사실 화자가 일을 그만두면 자기가 더 난처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화자에게 자초지종도 들어보려 하지 않는다.
당장 따지러 가자는 남편에게 정아는 행여 화자가 나중에 해코지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말린다.
그동안 미디어 속 조선족들의 모습이 험상궂고, 서슴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로 묘사된 까닭인지 정아는 화자가 조선족이기에 더 두려움을 느낀다.
결국 남편과 함께 화자의 집에 찾아가자 아니나 다를까 그녀의 남편은 매우 험상궂은 사람처럼 보인다.
사실은 아이를 그렇게 예뻐하는 사람이라는데, ‘조선족=범죄자’라고 생각하고 보니 첫인상부터 무섭다.
한밤중 남의 집에 찾아와 다짜고짜 화자를 찾는 우석의 태도에 화자 남편이 화를 내니, 역시나 무서운 사람이 맞구나 싶다.
어떤 색안경을 끼고 보느냐에 따라 세상을 달리 보인다. 편견 없이 바라보면 무서울 것 없는 평범한 사람인데, 모든 조선족을 ‘장첸’이라고 생각하고 보니 화자는 아동유괴범이고, 그녀의 남편은 조폭처럼 보인다.
이는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똑같이 느끼는 감정이다.
아마도 편견과 차별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서 감독이 의도적으로 이런 연출을 하지 않았나 싶다.
일·가정 양립과 편견과 차별에 관한 영화 <첫번째 아이>는 내달 10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