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도 관객도 두렵게 해
부인과 함께 암벽등반을 하던 댄(메이슨 구딩 분)은 갑작스러운 박쥐의 공격에 당황해 실족사한다.
남편을 잃은 벡키(그레이스 캐롤라인 커리 분)는 1년이 다 되도록 폐인처럼 산다. 그런 딸의 모습이 안타까운 아빠(제프리 딘 모건 분)는 만약 네가 죽었다면 댄이 이랬을 것 같냐며 이젠 잊고 새 인생을 살라고 하지만, 벡키는 그렇게 말하는 아빠가 너무 싫다.
그런 벡키 앞에 그날 함께 등반했던 헌터(버지니아 가드너 분)가 나타나 예전처럼 모험을 즐기자며, B-67 TV타워 꼭대기에 올라 댄의 유골을 뿌리자고 제안한다.
처음에 거절하던 벡키는 댄의 생전을 회상하며 그렇게 하자고 한다.
두 사람은 사막 한 가운데 우뚝 솟은, 600미터나 되는 TV 송신탑에 올라간다.
내년에 철거를 앞둔 타워는 녹이 슬어서 두 사람이 올라갈 때마다 사다리가 흔들리고, 나사가 풀리기도 한다.
550미터의 내부 사다리에 이어 50미터의 외부 사다리를 오르던 벡키는 트라우마 때문에 힘들어하지만, 헌터가 계속 격려해 줘 꼭대기까지 올라간다. 무려 에펠탑의 2배 높이를 말이다.
하지만, 워낙에 녹이 슬은 데다 두 사람이 계속 밟고 올라오면서 충격이 가해진 까닭에 사다리가 떨어져 나가고 만다.
구조요청 전화를 하면 되지만, 너무 높아서인지 휴대전화 신호가 안 잡힌다.
간간히 아래에 사람들이 나타나긴 했지만, 한 사람은 위를 보지 않고 그냥 갔고, 또 다른 남자는 상황을 파악하고 헌터의 차를 훔쳐서 달아나 버린다.
그렇게 하룻밤을 보낸 둘은 얘기 도중 우연치 않게 헌터가 댄과 바람피운 걸 말한다.
꼬박 24시간이 지나자 탈수 때문에 힘들어진 두 사람이 물이 든 가방을 가져오기 위해 짧은 줄 하나에 의지해 헌터가 50미터 아래로 내려간다.
가방에 들어있던 드론을 보고 두 사람은 어제 식당 영수증에 아이라이너로 도와달라는 문구를 적어서 드론에 매달아 어제 묵은 모텔로 보내려 하지만, 배터리가 부족해 역부족이다.
날이 밝자 두 사람은 드론을 충전할 방법을 떠 올려, 벡키가 1미터 위 안테나에 기어오른다.
가까스로 충전 중인데, 벡키 다리의 상처 때문에 피 냄새를 맡은 독수리가 그녀를 공격한다.
겨우 다시 모텔 쪽으로 드론을 보내는데 성공하나 싶었는데, 모텔 바로 앞 도로에서 트럭이 드론을 치고 도망 가 버리는 바람에 또 실패한다.
게다가 그날 밤 천둥 번개가 친다. 날이 밝자 마치 그녀가 죽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독수리가 공격하자 잠에서 깬 벡키는 살기 위해 독수리를 죽여 영양보충을 한다.
영화 <폴: 600미터>는 사고로 남편을 잃은 여성이 폐인처럼 살다가 다시 예전처럼 살기 위해 무모한 도전에 나서면서 겪게 되는 어려움을 그린 작품이다.
실제 미국에서 4번째 높은 TV 송신탑인 ‘B-67 TV타워’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실제 이 송신탑을 설계한 팀이 세트 제작에 참여해 리얼리티를 살렸다.
허가받지 않고 무단으로, 곧 철거를 앞둔 송신탑에 오른 두 여성은 위기를 맞는다.
하지만 사막 한 가운데서 이들을 도와줄 사람은 거의 없다.
일차적으로는 출입통제 구역에 무단으로 들어갔으니, 헌터와 벡키에게 문제가 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배고픔과 탈수 증세, 게다가 독수리의 공격과 천둥 번개까지 이들에게 시련이 계속 찾아온다.
관객들은 이런 그들의 상황을 보면서 같이 힘들어한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이럴 수가 있을까 싶다.
이처럼 영화는 벡키와 헌터는 물론 관객들까지도 극한으로 몰아 부친다.
하지만, 이렇게 끝나면 관객들이 그리 재미를 느끼지 못할 걸 알았는지 마지막에 소름 끼치는 반전을 선사한다.
영화 <폴: 600미터>는 오는 16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