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고 싶은 대로 듣는 것 꼬집어
영화 <우수>는 어느 날, 후배의 부고 소식을 듣고 장례식장에 찾아가는 남자(윤제문 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처음엔 친한 후배의 아버지가 죽었다는 줄 알고, 광양까지는 못 가지 싶어 고민하다가 계속해서 이 사람 저 사람 전화를 걸어오자 그제야 ‘철수 아버지’가 아닌 ‘철수’가 죽었다는 걸 알고 광양으로 향한다.
같이 가는 후배(김태훈 분)에게 ‘우수천’ 근처에 장례식장이 있다고 하니 내비게이션에 그냥 ‘우수천’을 찍고 가라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내비의 안내대로 도착한 곳엔 장례식장이라곤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그제야 남자는 전국에 ‘우수천’이 3곳이나 있다는 걸 알고 다시 제대로 된 우수천으로 찾아 가며 영화는 끝난다.
다소 당황스러워 보이는 이 스토리는 실제 오세현 감독이 겪은 일이다. 후배의 부고 소식을 듣고 처음엔 후배 아버지가 죽었다는 걸로 오해하다가 나중에야 제대로 알아들은 적도 있고, 맛집을 찾아 떠났다가 내비게이션에 잘못 쳐서 허탕을 친 적도 있다.
영화의 제목이 <우수>인 것은 그가 영화 <망종> <후쿠오카> 등을 연출한 장률 감독 밑에서 영화를 배웠기에 그를 존경하는 의미를 담아 ‘망종’(24절기 중 9번째 절기)처럼 역시 24절기 중 하나인 ‘우수’(입춘과 경칩 사이의 절기)를 제목으로 사용했다.
젊은 후배가 죽었다는 전화일 것이라고 전혀 상상도 못해 후배의 부친이 작고했다는 걸로 알아듣는 장면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듣고 싶은 대로 듣고 사는지 잘 보여준다.
하루에도 수많은 뉴스가 쏟아지고, 같은 뉴스를 접한 독자나 시청자가 각기 다르게 이해하고, 같은 현장에서 취재한 기자마다 미세하게 다른 뉴스를 생산하는 것 모두 자기가 듣고 싶은 대로 듣는 데서 비롯한 게 아닐까 싶다.
영화 <우수>는 오는 24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