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를 통해 희생자를 기리다
영화 <페르시아어 수업>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1942년 프랑스, 한적한 숲으로 유대인들을 데려가 나치가 총살하며 영화는 시작된다.
이때 질(나우엘 페레즈 바스카야트 분)이라는 유대인이 총 쏘기도 전에 쓰러져 죽은 척을 한다.
지금 장난치냐는 나치에게 그는 자기는 페르시아인이라고 말한다. 기가 막혀서 이놈이 어디서 거짓말이냐고 하니, 끌려오는 차 안에서 옆 사람에게 샌드위치를 주고 대신 받은 페르시아어 책을 보여준다.
마침 전쟁이 끝나면 테헤란에 가서 식당을 운영하기 위해 페르시아어를 배우려던 코흐(라르스 아이딩어 분) 대위가 떠올라 질을 대위에게 데려간다.
책을 읽어보라는 대위의 말에 질은 자기 아버지가 페르시아인이고, 어머니는 벨기에인으로 대화는 할 줄 아는데 글을 읽고, 쓰진 못한다고 둘러댄다.
어차피 식당을 운영하기 위해 배우려는 것이니 회화가 중요해 대위는 그에게 그럼 하루에 4단어씩만 알려달라고 부탁한다.
페르시아어라고 ‘바바’(아빠) 밖에 모르는 질은 엉터리 페르시아어를 가르치기 시작한다.
문제는 그냥 떠오르는 대로 아무렇게나 내뱉다 보니 자기가 뭐라고 했는지 기억해야만 한다는 것.
한편, 질을 대위에게 데려온 부하가 그가 냄새부터 유대인 같다고 말한다.
이에 대위는 질에게 오늘은 그동안 공부 못한 것 몰아서 하자며, 내가 단어 40개를 준비했으니 이따가 네가 하나씩 번역해 주면 내가 받아적겠다고 말한다.
이거 뭐 한 번에 단어 40개 만드는 것은 차치하고, 그걸 내가 스스로 외워야 하는데 그럴 바엔 그냥 여기서 도망치는 게 낫겠다 싶어 질은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가다가 냅다 숲으로 도망간다.
그 과정에서 한 노인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다가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수용소로 돌아간다.
다행히 임기응변으로 잘 넘어간 그는 대위의 지시로 수감자 명부를 작성하는 일을 새로 맡게 된다.
수감자 한 명 한 명 이름을 적다 보니, 아 그 많은 ‘가짜 페르시아어’를 수감자들 이름에서 스펠링 1~2개 빼서 만들면 되겠다 싶어 그는 대위에게 40개나 되는 가짜 페르시아어를 가르쳐 준다.
시험 삼아 그가 알려준 가짜 페르시아어 몇 개를 다시 물어보니 척척 대답하는 걸 본 코흐 대위는 그가 진짜 페르시아인이라고 믿는다.
그렇게 그는 계속해서 대위에게 가짜 페르시아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대위에게 호감을 얻어 둘만 있을 땐 이름을 부르는 관계로까지 발전한다.
그러던 어느 날, 페르시아계 영국군이 포로로 잡혀오자 평소 질이 유대인이라고 믿고 있던 부하가 잘 됐다며 질과 서로 대화를 시켜보려 한다.
하지만, 수용소에 들어온 지 20분 만에 다른 수감자 때문에 그가 죽자 질이 유대인인 걸 밝힐 기회가 날아간 부하는 광기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대위는 이 일을 계기로 질에게 동족이 죽어서 상심이 크겠다며 내가 네 안전만큼은 무조건 보장하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던 어느 날, 공습이 시작되자 독일군은 수용소에 갇힌 포로들의 명부를 불태운 후, 포로들을 전부 죽이고 떠날 채비를 한다.
이에 코흐 대위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질을 데리고 수용소 밖으로 탈출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언어다. 이에 제작진은 언어에 능숙한 배우를 찾던 중 스페인어와 독일어 등 4개국어를 하는 나우엘 페레즈 바스카야트를 캐스팅했다.
이뿐만 아니라, 가짜 페르시아어 단어를 만들기 위해 국립모스크바대학교 언어학 교수에게 동양적이면서도 문법적으로 정확하고, 일관성 있게 새로운 단어의 창조를 부탁했다.
이렇게 만든 단어로 사전을 만들었고, 질 역을 맡은 나우엘 페레즈 바스카야트가 이를 녹음해 코흐 대위 역을 맡은 라르스 아이딩어에게 전달했고, 라르스 아이딩어는 극 중 코흐 대위처럼 나우엘 페레즈 바스카야트의 발음을 익혔다고 한다.
‘영화같은 이야기’인 이 영화의 백미는 바로 엔딩신이다.
코흐 대위의 도움으로 살아서 수용소를 나간 질이, 해방 후 조사위원회에 출석해 자신이 기억하는 2,840명의 수감자 이름을 한 명씩 말하는데 감동이 극에 달한다.
독일군 장교에게 가짜 페르시아어 수업을 하기 위해 수감 된 포로들의 이름을 외운 한 남자가, 해방 후 그들의 이름 한 명 한 명을 기억해 주는 장면이야말로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다.
영화 <페르시아어 수업>은 오는 15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